[문화 톡] 이렇게 친절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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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이렇게 친절할 수가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 승인 2022-10-18 08:5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 많이 변했다. 변해도 마음속까지 변해 어딜 가도 '친절'일색이다.

그 유명한 사상가 노자는 상창의 제자다. 노자가 스승 상창이 병이 났을 때 위문 가서 물었다.

"선생님의 병환이 위중하십니다. 여러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남겨 주실 말씀이 없습니까?" 그러자 상창은 자기의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물었다.

"나의 혀가 있는가(吾舌存乎)?"



"예, 있구말구요."

"그렇다면 나의 이는 있는가(吾齒存乎)?"

"치아는 한 개도 보이지 않는데요."

"그렇다면 자네는 치망설존(齒亡舌存)의 뜻을 아는가?"

노자가 입을 열었다.

"치망설존이란 '이는 빠져도 혀는 남아 있다'라는 뜻으로, 강한 자는 오히려 망하기 쉽고 연약하고 유연한 자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을 비유로 한 말 아닌지요?"

"옳게 알고 있네. 혀가 그대로 있는 것은 그것이 부드러운 까닭이요, 이가 빠지는 것은 그것이 억세기 때문일세."

친절은 혀처럼 부드럽고 자상한 관심에서 나오는 태도다. 상대를 헤아려서 알맞게 보살피려는 마음에서 친절한 행동이 나오기 때문이다. 친절한 대접을 받는 사람은 행복한 마음을 느끼게 되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 역시 스스로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된다.

2022년 10월 17일(월) 오전 11시 40분.

아내 오성자가 저 세상으로 떠난지 2주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우울했다. 그래서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치매 앓는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손을 잡고 함께 다녔다. 아내가 웃으면 마주 보고 웃고, 아내가 소리지르고 떠들어 대면 부등켜 안고 소리없이 울었다.

그렇게 산 5년이 행복했고, 행복했던 삶이었기에 그리웠다. 그래서 사람으로부터 베풀어주는 친절이 그리웠다. 한참을 걷다 보니 지친 다리가 무거웠다. 마침 곁에 서대전지구대가 눈에 들어왔다. 다리도 쉴 겸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느 여순경이 친절히 맞아주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차 한 잔 얻어먹고 쉬었다 가려구요."

내주는 의자에 앉았다. 바라보는 눈빛부터 부드러웠다. 마치 손녀딸이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런 눈빛이었다. 순찰 2팀 이형주 순경이라 했다.

혼자 앉아 커피 마시는 늙은이가 애처로웠던지 중년쯤 돼 보이는 경찰관이 앞에 와 앉으며 말을 건네 준다.

"어르신, 지나가시다 차 한 잔 생각나시면 가끔 들러주세요."

지구대 차석 쯤 돼 보였다. 무궁화 꽃 한 대를 어깨에 달고 있었다. 나이를 물었더니 내 아들과 동갑이었다. 제대할 날이 5년쯤 남았다 한다.

살다 보면 온갖 일을 겪는다.

때로는 오늘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생기지 마는, 때로는 태풍 불고 비 오는 불행한 일도 생긴다.

행복할 때와 불행할 때는 어떻게 다른가.

사람이기에 외롭고, 행복과 불행을 느낀다 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일찍 돌아가셨다.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사셨을까? 인간이 예수님이나 부처님을 믿으며 선한 삶을 살다 죽게 되면 천당에도 가고 극락에도 간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신을 믿지 않는 삶을 살다가 죽으면 지옥-아귀-축생의 삼악도에 태어난다고 알고 있다.

친절을 이야기하다가 왜 이렇게 곁길로 빠진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오늘 이곳 서대전지구대 경찰관들의 친절 때문이다. '죽어서라도 이런 분들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경찰관들은 이제 민중의 지팡이를 뛰어넘어 내 아들딸들이요, 손자와 손녀들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내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한가?

이제 내 나이 팔순을 훌쩍 넘겼으니 언젠가는 예수님이 계신 곳에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승에 남아 살아있는 동안 나는 이곳에 자주 들러 김동수 지구대장이나 김원기 차석과 차 한 잔을 마시며 행복한 쉼을 가질 것이다. 이곳에는 손녀딸도 있고 손자들도 있으며 아들들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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