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입처로 맡은 분야는 의료. 생소한 분야다. 물론 앞서 본사에서 편집기자로 활동할 때 건강·의료 지면을 꽤 오랜 기간 편집하긴 했지만, 취재기자로는 처음이다. 출입처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부터, 의료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문용어까지 배워야 할 것이 한 가득이다.
내포에서 공무원들과 부딪히며 배운 점이 한가지 있다. 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습관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자가 직급이 오르고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내 스스로의 부족함을 숨기기 위해 때론 모르는 사실은 대화 흐름과 분위기에 맞춰서 알고 있는 척하곤 한다. 하지만, 아는 척만 하면 제대로 알 방법이 없어 성장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창피하더라도 '맨 땅에 헤딩'을 하는 심정으로 부딪혀야 하는 이유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국정감사 시즌이다. 국회에서는 상임위별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이 잘 추진되고 있는 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진 않은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특히 이중 정부 출연연 등 산하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는 적자운영을 문제 삼는 데, 피감기관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조직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일정 부분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한 것인데, 의원들이 1년치 자료만 보고 잘 모르면서 지적한다는 것이다.
광역의회에서도 해마다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는데, 일부 의원들이 '아는 척'을 하며 막말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집행부를 감시해야 하는 의원이 당연히 할 책무지만, 가끔 필요 이상의 호통을 치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슷한 레퍼토리다. 의원이 어떤 사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담당자가 답변하면 '내가 다 안다. 나를 기망한다'는 식이다. 이런 경우 해를 넘겨서 행감 자료에 기재되지 않았거나, 다른 기관과 이해관계가 얽혀 담을 수 없는 내용을 의원이 몰랐던 때가 많다.
언론과 국민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의원들의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감사가 돼선 안된다. 국민들은 모름을 인정하고 배우는 자세의 의원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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