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내가 본 법원·검찰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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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내가 본 법원·검찰 국정감사

  • 승인 2022-10-17 17:32
  • 신문게재 2022-10-18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지난 14일 대전에서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습니다. 올해는 평소와 다르게 대구와 부산, 광주, 전주 등의 19개 법원이 이날 오전 대전고등법원에서 동시에 국감을 받았고, 대전과 울산 등 13개 검찰 기관들이 마찬가지로 대전고등검찰청에 집결해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대전고법과 대전고검에서 진행된 국정감사를 지켜보니 국회의원들의 몇 가지 유형이 보였습니다. 질문이라면서 상대가 답변할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 무전기형 일방통행 방식이 대표적 유형이었습니다. 무전기는 말을 주고받는 대화를 동시에 이뤄질 수 없고 상대가 말을 마쳐야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구조이죠. 이날 국감장에서도 제한된 질문시간 내내 국회의원이 일방적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반박할 기회를 상대 기관장 증인에게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상대에게 선입견을 주려는 듯 같은 유형의 질문을 반복하거나, 개인적 의견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이라든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처럼 법원이 심리 중인 또는 검찰이 수사 중인 현안을 질의할 때 이러한 질문 유형이 유독 관찰되었습니다. 국정감사를 통한 현안확인이라지만, 선입견을 품게 하거나 상대가 지금까지 밝힌 내용과 다른 의견을 갖는 것에 부담감을 주려는 것은 아닌지 지켜보는 제가 조마조마했습니다. "수사·심리 중인 사건으로 구체적 의견을 밝힐 수 없습니다"라는 증인의 설명에 대해 다시금 부정하는 질의는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명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야당의 한 의원은 판사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법관의 징계에 대해 논리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법관에 대한 징계를 헌법을 통해 신중하게 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관의 독립을 위해서이지, 징계수위를 낮춰주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게 질의 내용이었습니다. 돈을 받은 법관을 징계할 때 정직처분에 그친 법원을 지적한 것으로, 크게 기사화되지는 않았으나 법원을 상대로 국정감사에서 가장 필요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과 기관장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회의원 비서관들은 국정감사에서 확인할 여러 사안을 조사해 준비해 두었더군요. 비록 국정감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최근 법원이 형사와 민사소송의 항소심이 접수되고 판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조사한 내용이나, 국내 하나뿐인 특허법원에서 사건처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국감이 종료되고 야당 모 의원의 비서관을 찾아가 좀전의 국감에서 짧게 언급된 각급 법원의 사건처리 기간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니 재판 지연상황에 대한 현황과 원인에 대해 논리적으로 연구되어있더군요.



특히, 4년 전 청주에서 발생한 학교 내 성추행 피해자의 검찰에 의한 신원 노출 사고에 대해 검찰이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이 이날 국정감사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야당의 한 의원은 1차 질의에서도 청주지검장을 상대로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된 경위를 묻고 피해자의 최근 근황을 설명함으로써 경각심을 주고, 국감이 마무리되기 전 보충질의를 통해 결국 지검장이 "죄송하다"는 사과를 이끌었습니다. 국정감사는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법기관의 기관장들이 기관 밖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국감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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