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정의' 민사 항소심까지 평균 2년…2017년 대비 180일↑

대전·청주지법 형사 항소심 선고까지 평균 1년
민사소송 2017년 517일→올해 697일 걸려
재판지연으로 피해회복·일상회복도 늦어져

충청권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대전과 청주지방법원 1심을 거쳐 항소심까지 마치려면 평균 1년 소요되고, 민사소송에서는 2년에 가까운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에서 항소심 판결까지 2017년 대비 형사소송은 120일, 민사소송은 180일 더 소요되는 실정으로 재판지연에 따른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16일 국민의힘 유상범 국회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6월 기준 대전지방법원에 접수된 민사소송은 접수 164일 후에 첫 변론기일이 잡히고, 1심 선고까지 357일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으로 이어진 경우 해당 사건은 1심에서처럼 평균 354일의 심리 끝에 선고가 내려졌다.

청주지법 역시 민사소송의 첫 기일은 신청 160일만에 이뤄지고, 1심 선고까지 357일 걸렸는데 항소심에서도 평균 325일간 심리 끝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에서도 대전과 청주지법은 2022년 1~6월 기준 1심 판결까지 접수 후 157일과 160일 각각 소요됐고, 불복해 상소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평균 278일과 190일을 심리 끝에 유무죄를 판가름했다. 전국 법원 민사 항소심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318일인데 대전지법은 이보다 긴 354일 소요됐고, 형사항소심에서도 전국평균 206일보다 긴 278일 걸렸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재판 지연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민사사건 당사자가 법원을 찾아가 항소심 판결까지 받는데 종전보다 6개월 더 소요되는 실정이다. 대전과 청주지법에서 2017년 평균 516일이면 1심과 항소심까지 마무리되던 민사소송이 올해에는 같은 항소심 판결까지 평균 697일 소요돼 5년 전보다 180일 지연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형사소송에서도 2017년 274일이면 항소심 판결문까지 받아볼 수 있었으나, 올해 처리된 사건들은 항소심 선고까지 393일이 소요됐다. 피해 회복과 처벌을 위한 사법절차가 중요한 형사사건에서 재판이 지연돼 종전보다 120일 가량 후에야 진실이 규명되는 실정이다. 특허법원 역시 심결취소소송은 2017년 건당 평균 206일 소요되던 것에서 2021년 264일로 늘었고, 민사항소 역시 같은 기간 209일에서 335일로 지연되고 있다.

유상범 의원은 14일 대전고등법원에 진행된 국정감사장에서 "재판이 지연돼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텐데 이곳에 앉아 있는 법원장들께서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습니까"라고 질타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과정까지 생각하면 법률적 분쟁에 휩싸인 당사자가 재판 지연으로 겪는 어려움은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만큼 신속한 판단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