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사무처장 |
대전시가 2021년 4월 지정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의 제6조(1회용품 사용제한) 1항에서는 '공공기관의 장은 공공기관이 주최·주관하는 행사 또는 회의에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조례에 정한 바에 따라 대전시는 행사를 기획과 진행,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해야 했지만 그런 노력에 있어서는 '0점'이었고 스스로 정한 조례도 지키지 못했다.
만약 대전시에서 다회용컵과 용기를 먹거리 부스에 배치하고 이를 수거, 세척하는 별도의 팀과 시설을 마련해 컵과 용기를 '재사용 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민간에서는 '선화보틀 프로젝트'로 이런 시스템을 시범운영 하고 있다. '선화보틀 프로젝트'는 대전 선화동 소재 카페, 일명 선리단길(구 충남도청 뒤쪽 카페거리)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다회용 공용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이다.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9개 카페와 11곳의 기관들이 지난 6월부터 'Reuse Daejeon' 협약을 맺고 참여하고 있다.
선화보틀 프로젝트는 단순 캠페인을 넘어 '지역의 컵 재사용 시스템'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하게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홍보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민들이 경험토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 지역의 자활지원센터와 머리를 맞대고 수거, 세척 후 다시 카페로 배송할 방법을 만들어 실행했다. 지역카페와 함께 하기에 위생도 철저히 했다. 실행 초기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 달간 카페들에 공용컵을 제공하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점심시간 선리단길에는 공용컵으로 테이크아웃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눈에 띄었고 인근 기관에서 공용컵에 커피배달을 했다는 카페사장님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시민들의 반응을 경험하며 참여카페들은 오히려 공용컵 이용을 적극 권하기도 했다. 그들은 시민들이 느끼는 기후문제를 공감하며,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에 커피를 담아내던 불편한 마음을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풀어가고 있었다. 공공컵 활용으로 지역의 세척, 수거 관련 일자리를 창출 가능성을 보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 카페들의 취약점을 지역에서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경험도 쌓였다.
일회용품을 많이 배출하는 형태의 축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전 빵축제, 칼국수축제부터 다양한 마을 축제까지 기획할 때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설계하고 이를 위해 대전시가 대전시만의 다회용컵(용기)를 구비하거나 수거와 세척을 위한 시설, 인력지원으로 지역에 재사용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지난 7월 대전시의회를 통과한 <대전광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제27조(녹색생활 운동 지원 및 교육·홍보) 1항의 '시장은 시민의 일생생활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생활을 지원하는 시책을 마련'하라는 조례를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시민들은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축제를 환영하지 않는다. 개인의 실천에 미룰 것이 아니라 대전시부터 일회용품 저감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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