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이와 관련하여 유감의 전화를 받았다. '욱일승천'은 일본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뉘앙스가 강하여 불만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언뜻 떠오르기에 "그럼 '일취월장'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담당 편집팀장에게 문자를 보내 수정을 부탁했다. 수정된 그 글과 기사를 카톡으로 보냈다. 한동안 찜찜한 기분을 씻어내기 힘들었다. 욱일승천은 과연 일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욱일승천'은 아침에 해가 하늘로 떠오르듯이 기세가 높고 힘찬 모양을 이른다. 크고 밝게 넓은 하늘로 떠오르는 해의 모습에서 기세가 등등하여 밝고 긍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듯한 희망을 비유한다.
비슷한 뜻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 세여파죽(勢如破竹), 장구직입(長驅直入), 승승장구(乘勝長驅) 등이 있다. 따라서 본 기자가 보기에 '욱일승천'은 절대로 일본을 추앙하는 뜻이 아닌 것이다.
모 대학의 교수는 2020년 2월 16일 자 모 신문의 [시사 칼럼]에 '욱일승천의 대한민국을 세우는 총선 준비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물론 과거에 일제가 '욱일승천기'를 앞세우고 잔학한 전쟁을 치렀던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군대인 자위대가 군기(軍旗)로 사용하는 것을 일컬어 '욱일기' 또는 '욱일승천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욱일승천'과는 하등 상관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순수(?)하고 발전적인 의미의 '욱일승천'에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기(旗)'라는 글자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어쨌든 내가 쓴 기사의 '사자성어'가 문제되어 수정하기에 이르자 잠시 딜레마(dilemma)가 찾아와 경혹(驚惑)했다. 결국 처음에 의도한 대로 '일취월장'으로 기사를 바꾸긴 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은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일장월취(日將月就), 일진월보(日進月步)라고도 한다. 조금씩 쌓아나가 많은 것을 이루는 것, 또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발전해 나아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좋은 의도로 동원했던 한자성어가 돌연 암초에 걸리자 예전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 있었던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처럼 당혹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곧 잊기로 했다. 상식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기자의 글과 기사에 관심을 가져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좋은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현대자동차의 광고와 한류열풍을 보면 애국심이 절로 솟는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말 대단한 자부심이 요동쳤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최근 다시 불거진 여야의 '한일관계 모색'과 '한미일 연합훈련 비판'이라는 상충은 북한의 연일 미사일 발사와 핵위협이 가중되면서 국민을 다시금 불안하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한다.
그래서 바라건대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처럼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방력 역시 세계 1위에 등극했으면 하는 바람은 당연지사의 국민 정서이다.
그러자면 여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욱일승천'은 아니더라도 '일취월장'의 기세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칠 날은 과연 언제일까? 아직도 기회는 있다. 대동단결(大同團結)이 그 해법이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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