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아직도 기회는 있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홍키호테 世窓密視] 아직도 기회는 있다

당연지사의 국민 정서

  • 승인 2022-10-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마 전 모 지역 축제 취재를 하러 갔다. 그 지역이 더욱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그래서 기사의 말미를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의 동네로 발전하고 있는~"으로 표현했다.

그 뒤 이와 관련하여 유감의 전화를 받았다. '욱일승천'은 일본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뉘앙스가 강하여 불만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언뜻 떠오르기에 "그럼 '일취월장'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담당 편집팀장에게 문자를 보내 수정을 부탁했다. 수정된 그 글과 기사를 카톡으로 보냈다. 한동안 찜찜한 기분을 씻어내기 힘들었다. 욱일승천은 과연 일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욱일승천'은 아침에 해가 하늘로 떠오르듯이 기세가 높고 힘찬 모양을 이른다. 크고 밝게 넓은 하늘로 떠오르는 해의 모습에서 기세가 등등하여 밝고 긍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듯한 희망을 비유한다.



비슷한 뜻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 세여파죽(勢如破竹), 장구직입(長驅直入), 승승장구(乘勝長驅) 등이 있다. 따라서 본 기자가 보기에 '욱일승천'은 절대로 일본을 추앙하는 뜻이 아닌 것이다.

모 대학의 교수는 2020년 2월 16일 자 모 신문의 [시사 칼럼]에 '욱일승천의 대한민국을 세우는 총선 준비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물론 과거에 일제가 '욱일승천기'를 앞세우고 잔학한 전쟁을 치렀던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군대인 자위대가 군기(軍旗)로 사용하는 것을 일컬어 '욱일기' 또는 '욱일승천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욱일승천'과는 하등 상관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순수(?)하고 발전적인 의미의 '욱일승천'에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기(旗)'라는 글자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어쨌든 내가 쓴 기사의 '사자성어'가 문제되어 수정하기에 이르자 잠시 딜레마(dilemma)가 찾아와 경혹(驚惑)했다. 결국 처음에 의도한 대로 '일취월장'으로 기사를 바꾸긴 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은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일장월취(日將月就), 일진월보(日進月步)라고도 한다. 조금씩 쌓아나가 많은 것을 이루는 것, 또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발전해 나아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좋은 의도로 동원했던 한자성어가 돌연 암초에 걸리자 예전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 있었던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처럼 당혹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곧 잊기로 했다. 상식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기자의 글과 기사에 관심을 가져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좋은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현대자동차의 광고와 한류열풍을 보면 애국심이 절로 솟는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말 대단한 자부심이 요동쳤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최근 다시 불거진 여야의 '한일관계 모색'과 '한미일 연합훈련 비판'이라는 상충은 북한의 연일 미사일 발사와 핵위협이 가중되면서 국민을 다시금 불안하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한다.

그래서 바라건대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처럼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방력 역시 세계 1위에 등극했으면 하는 바람은 당연지사의 국민 정서이다.

그러자면 여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욱일승천'은 아니더라도 '일취월장'의 기세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칠 날은 과연 언제일까? 아직도 기회는 있다. 대동단결(大同團結)이 그 해법이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홍경석 세창밀시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4.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2.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3.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4.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5.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