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갈마마을에 키다리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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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갈마마을에 키다리 어르신

김명숙/주부

  • 승인 2022-10-12 11:00
  • 신문게재 2022-10-13 1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갈마마을에 노신사 한 분이 계신다. 그분은 세월을 거슬러 사시는 분이다. 산수를 넘기셨는데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건강한 모습이다. 그리고 대하는 사람들마다 사랑의 눈으로 봐주신다.

언젠가 우리 마을 부녀회에서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을 위해 특강으로 모신 일이 있어 엄마들도 함께 들어 보았는데 마음에 느끼는 감동이 컸다.

이솝 우화였다.

양치기 소년을 거짓말쟁이로 보지 말고 창의성이 뛰어난 소년으로 보아야 된다는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으면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여 외로움을 해결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머리가 좋아 암기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창의력이 뛰어나야 취업이 잘 된다고 하셨다. 머리가 좋은 것은 인공지능 로봇이 얼마든지 대신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에서 잠자는 토기의 모습을 뒤로하고 살금살금 기어가 이기는 거북이보다는, 잠자는 토끼를 깨워 2등하는 거북이가 때로는 존경 받는다고 가르치셨다.

생각해 보라.

거북이 걸음이 느려 언제 올지 모르기에 잠을 자는 토끼의 모습을 뒤로하고, 상대가 잠에서 깰까 봐 살금살금 기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 반대로 경쟁자를 깨워 2등으로 결승점에 도달했다면 그때 자신을 대하는 군중들의 신뢰가 어떠했을까?

그리고 4X7=27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는 다투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우리 인간들의 혈액형이 다른 것처럼, 사회 구성원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들도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의 어른이신 키다리 아저씨.

항상 넓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칭찬해주시는 분. 언제나 약자 편에 서시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이 키다리 어르신 때문에 우리 마을엔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걸리지 않는다. 키다리 아저씨로 인하여 마을이 사랑으로 꽃을 피운다.

어려운 일을 만난 사람들에겐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하려 하는 분.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들 말한다

"키다리 아저씨를 만난 우리 마을 사람들이 복 받았다"고.

"그런 키다리 아저씨는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나눔과 베풂을 스스로 실천하시고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가 되어 늘 그늘막이 되어주시는 분, 그래서 우리 마을은 키다리 아저씨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화합을 배운다.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시지 않으시니 말이다.

이처럼 한 사람의 선행이 전염되어 유행하듯이 우리 마을은 키다리 어르신으로 하여금 선행의 착한 마음이 전염되어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닌 마음씨가 있다. 없으면서도 남을 도우려는 사람, 자기 자신도 바쁘면서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 이런 사람을 보게 되면 어려울 때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고, 힘들 때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하늘이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되는 것이다. 때론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를 치는 날도 있어야 되는 법. 코로나 19로 힘든 생할을 하고 있는 것은 비록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 어떤 태도로 그것을 대처해 살아가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상대편의 말꼬리를 가지고 물고 뜯는 것은 가정이나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타계하신 김동길 교수께서는 국회의사당을 가리켜 '진돗개가 몇 마리 없는 개 사육장'이라 하지 않으셨던가. 그런 소리 들어가며 상대편 결점을 찾아 물고 늘어지는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낮잠 자는 토끼를 깨워 경쟁에서 져주는 사람이 있어야 국민이 단합되고 아름다운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우리 마을에 와서 고3 학생들에게 특강을 해 주시는 키다리어르신의 강의를 들어보시라. 개 사육장의 진돗개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김명숙/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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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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