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신세계에 가면 ‘이응노’가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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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신세계에 가면 ‘이응노’가 살아 움직인다

UCLG 기념 이응노미술관과 연계전시...지난해 업무협약 이후 첫 성과
6층 갤러리·디지털 싸이니즘·중앙 아트월 등 매장 곳곳서 작품영상 선봬
1970년대부터 이어온 ‘이응노-신세계 인연’ 전시 콘셉트에 반영도

  • 승인 2022-10-12 15:35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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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신세계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응노, 다시 만난 세계' 전시 모습.<사진=한세화 기자>
#1.갤러리 입구 커튼을 열자마자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한자들이 살아 움직이듯 스크린을 돌아다닌다. 그림 속 개체 하나하나가 작아졌다 커지기를 반복하며 벽 전체를 가득 메우고, 다듬이질 소리에 맞춰 세 개로 분할된 화면 속에서 한자가 커지면서 현란한 움직임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세 번째 전시공간의 커튼을 열자 이응노의 대표작 '구성' 속 글자들이 캐릭터로 변해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림 속 문자들이 생명력을 지닌 개체로 변신해 좁은 공간을 탈출하려는 듯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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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다시 만난 세계' 전시에 선보이는 '리듬-비트윈-하모니' 영상 모습. <사진=한세화 기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갤러리는 2022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의 성공 개최를 맞아 2022 이응노미술관-신세계 협업 특별전 '이응노, 다시 만난 세계'를 열고 11월 27일까지 두 달여 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4일 전시 오픈 이후 첫 휴일이던 지난 8일부터 10일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유입되면서 미술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지역작가로서 대표성을 지닌 이응노 화백에 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6층 갤러리의 원작·영상 전시를 중심으로 같은 층에 있는 스텐드형 디지털사이니즈와 매장 1층 보이드공간의 대형 디지털사이니즈 등 백화점 곳곳에서 이응노의 대표작품들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지난해 7월 대전고암문화재단과 대전신세계가 맺은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른 가시적인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학·문화의 도시를 표방하며 '아트'와 '사이언스'를 콘셉트로 내세운 대전신세계의 정체성 구현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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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와 신세계와의 인연을 알 수 있는 당시의 자료들 전시 모습.<사진=한세화 기자>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미로 '이응노와 신세계'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1974년 7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신세계미술관에서 열린 '월담 권영도 애장근대서화전'을 통해 장승업, 허련, 김은호 화백 등과 함께 이응노의 작품을 전시했다. 2년 뒤인 1976년 5월 신세계미술관에서 열린 '고암 이응노' 개인전은 당시 그의 신작을 대중에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김현지 이응노미술관 학예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응노미술관 본관에서 전시 중인 기획전과 연계해 백화점에 선보이는 전시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작품의 성향이나 구성 등을 기획했다"며 "그림 애호가든 그렇지 않든 백화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이응노'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를 담았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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