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충남지역 병원급 의료기관 내 화재 방지용 스프링클러 설치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소방청이 2019년 공포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은 층수나 면적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 또는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전·충남에 소재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12일 국회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2022년 6월 기준)에 따르면, 설치 의무 대상 의료기관 중 대전은 50%, 충남은 70% 가량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설치대상 병원은 74곳에 달했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 완료된 곳은 38곳(51.35%)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9곳 중 3곳, 병원 52곳 중 29곳, 한방병원 7곳 중 3곳, 치과병원 6곳 중 3곳이었다.
충남은 더욱 미흡했다. 설치대상 의료기관 78곳 중 23곳(29.48%)만이 완료돼, 설치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종합병원 12곳 중 4곳, 병원 46곳 중 10곳, 한방병원 9곳 중 5곳, 치과병원 11곳 중 4곳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스프링클러 설치율이 저조한 이유는 시행령 개정 주체인 소방청이 설치 의무 기한을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영세한 병원들은 설치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공사 기간 장기화로 인한 스프링클러 완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소방청은 설치 의무를 당초 2022년 8월 31일에서 2026년 12월 31일로 4년 4개월간 유예했다.
해당 시설을 관리·감독해야하는 지자체는 난감하기만 하다. 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다.
오정아씨(40·대전 중구)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규모 정도면 화재 방지 시스템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스프링클러 조차 없는 병원이 아직도 있다는 게 놀랍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은 노인요양원이라도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만큼, 화재가 발생할 경우 커다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회에서는 유예기간 화재사고 발생 시 책임론이 불거졌다. 지난 5일 소방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안 돼서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이흥교 소방청장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청장이 '제가 옷을 벗겠다'고 말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복지부의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 사업은 100병상 이하의 농어촌·중소도시 스프링클러 미설치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이며, 올해는 1곳당 3500만원을 지원했다. 강선우 의원은 "기존 의료기관의 화재 사고 대응을 위해 복지부의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지원사업을 좀 더 과감하게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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