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난 잘못을 삼가 경계하라는 징비록의 의미(意味)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지난 잘못을 삼가 경계하라는 징비록의 의미(意味)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2-10-11 10:17
  • 신문게재 2022-10-12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지난 10월 1일 계룡대 국군의 날 행사에서 해프닝이 있었던 모양이다. 잘잘못을 탓하기 보다, 다만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9년만에 예산을 투입하여 육해공군, 사관생도들까지 포함한 대규모 열병식과 최신예 전략무기들도 선보였던 행사였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이 된 연유를 살펴보면, 1950년 10월 1일 한국전쟁에서 육군3사단이 선봉으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쟁 중 의미를 가진 유사한 유래를 가진 날이 10월 5일 부산 시민의 날이다. 임진년(1592년) 4월14일 일본군의 부산포 에서 시작된 전쟁에서 조선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5월 3일 한양, 6월 평양을 내준다. 일본군의 진군이 하루 30km 이상으로 전쟁 초기는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6월이 되면 전황은 관군이 아닌 의병과 수군에 의해서 전환점을 맞는다. 이순신 장군의 첫 전투가 5월 7일 옥포해전이다. 근래 한 정치인이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의 지휘 내용(勿令妄動靜中如山)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산과 같은 신중함으로 표현되었지 않았을까! 임금의 몽진 소식을 접하면서도 사천, 당포, 율포 등 크고 작은 해전을 승리한다. 7월 8일은 고심 끝에 나온 학익진으로 적선 100여척을 침몰시켜 한산대첩을 대승으로 이끈다. 해류와 지형, 피아의 전력 등 제조건을 세밀히 분석한 결과였을 것이다. 이 전투를 계기로 전쟁이 양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라 명, 일본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전투의 패장이었고, 토요토미의 심복이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자신의 가문의 기록(脇坂記)에서도 이순신 장군과 이날의 기록들을 생생히 남겨 교훈으로 삼고 싶었다 한다. 한산대첩으로 제해권을 장악한 조선 수군이 부산포에서 정박한 일본 수군 본진을 선제 공격하여 한산대첩보다 많은 120척 이상의 적선을 격파하여 대승을 이끈 날이 음력 9월 1일로, 양력으로 환산하면 부산 시민들이 그 의미를 기리고 있는 10월 5일이다. 물론 여러 후보안들 중에서 의미에 맞게 택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험자가 직접 작성한 기록의 경우, 그 무게감이 다르다. 임진난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도체찰사로 명군과도 창구였던 류성용의 징비록, 또 앞서 언급했던, 이순신 장군을 가장 증오하지만, 또 가장 존경/흠모했다는 와키자카의 가문기록들이 그런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서 고민하는 인간 이순신이나 자존심으로 똘똘 뭉쳤던 사무라이 와키자카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무신이었던 두 사람과 달리 문신이었던 류성용의 경우, 종전과 함께 삭탈관직되어 귀향한 후, 시경에서 따온 지난 잘못을 삼가 경계하라는 의미의 징비록(懲毖錄)을 남긴다. 전후복구에 참여하거나 논공하여 공신이 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징비록에는 지난 7월 필자의 컬럼에서 언급되었던 전쟁가능성을 부정했던 조선통신사 김성일에게 확인하는 장면이나 일본사신들의 태도변화 등 징후에 대한 분석도 등장한다. 권력을 위해 이런 의견들을 무시했던 선조도, 지방현감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7단계 파격적 승진을 승인했다. 절로 가슴을 쓸어 내려지는 대목이다. 물론 류성용의 추천이다. 유출금지했다고는 하나, 이내 징비록을 입수한 일본에서는 다양한 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며 100년 이상 베스트셀러가 된다. 청백리였던 류성용이 벼슬까지 사양하며 조선에게 주는 싶은 교훈이었건만 일본에 더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임진왜란으로부터 40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지난 잘못을 삼가 경계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임진왜란으로 정권이 무사했던 조선의 무사안일이 40년후 병자호란, 300년후 경술국치를 자초한 건 아닌지, 그리고 나서 다시 100여년이 흐른 최근에 상기해야 할 교훈은 없는지 말이다. 지구온난화 한계 온도, 기후변화로 생기는 자연재해 등의 본 컬럼의 주제로부터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우크라이나를 비롯, 최근의 전쟁을 목격하며, 그 비참함을 절대 부인하진 않으나, 지난 잘못을 삼가경계하는 게 꼭 전쟁만이겠는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