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0강 타초경사(打草驚蛇)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0강 타초경사(打草驚蛇)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2-10-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40강: 打草驚蛇(타초경사) :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글 자 : 打(칠 타, 때리다) 草(풀 초) 驚(놀랄 경) 蛇(뱀 사)

출 처 :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 병법(兵法)삼십육계(三十六計)

비 유 : 주변을 경고함으로 당사자를 각성케 한다. 가벼운 도발이나 거짓 공격으로 도망케 한다.



중국 당나라 때 왕노(王魯)라는 지방관이 있었다.

그는 당도(當途/ 지금의 안휘성)의 현령으로 있으면서 갖은 편법으로 재산을 긁어모았다. 이로 인하여 관가의 말단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뒷구멍으로 뇌물을 받고 공갈까지 치는 등 악행이 만연했고, 백성들의 원망소리가 거리에 흘러 넘쳤다.

어느 날 왕노는 관가에 들어온 각종 민원서류를 검토하다가 자기 예하의 주부(主簿)라는 벼슬에 있는 자를 고발하는 서류를 발견했다. 연명으로 올린 고발장에는 사리사욕을 채우려 갖은 불법을 저지른 위법사실이 여러 증거들과 함께 조목조목 밝혀져 있었다.

이 일들은 사실 현령인 왕노와도 관계가 있었고, 추궁해 들어간다면 대부분이 자신과 직접 관련이 되어있음이 밝혀질 판이었다. 이에 왕노는 서류를 천천히 살피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거 재미가 없군, 앞으로 조심해야지! 다행히 이것이 내 손에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그는 다 읽고 난 다음 즉시 여덟 자로 풀이를 했다고 한다.

"여수타초(汝雖打草) 오이사경(吾已驚蛇), 곧 풀 속에 숨어있는 뱀은 풀이 흔들리면 이내 놀라 달아나게 마련이다." 주부가 고발당한 것은 풀이 흔들리는 것에 해당되고, 자신이 고민하는 것은 놀란 뱀의 신세와 같다고 토로한 것이다.

여기에서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주변 사람을 징계함으로써 당사자를 각성하게 한다'는 뜻이다. 고발장에 놀란 현령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했으니 백성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이 고사성어의 의미는 다른 비유로도 쓰인다.

병법(兵法)에서는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삼십육계의 한 계략으로, 적 스스로 실체를 보이도록 유인하는 전술이다. 이럴 때 가벼운 도발이나 거짓 공격으로 공포를 느끼게 해서 도망가게 한다.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의 대표적 사례는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오쩌둥은 반공사조(反共思潮)완화정책으로 명방운동(鳴放運動)을 펴 지식인과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고 선포했다. 명방운동은 '온갖 꽃이 같이 피고 많은 사람이 각기 주장을 편다(백화제방 백가쟁명: 百花齊放 百家爭鳴)'는 구호로 표현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또 "말한 자는 죄가 없고, 들은 자는 반성해야 한다"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과감히 비판하라고 독려했다. 이를 믿고 공산당을 비판하자, 마오쩌둥은 반공(反共)적 지식인들을 체포해 정풍운동(整風運動)이란 명분 아래 줄줄이 숙청했다. 백화제방과 백가쟁명이란 미끼로 뱀으로 비유되는 지식인들을 숲에서 끌어낸 것이다.

출범 다섯 달밖에 안 된 새 정부는 자체권력 선점 쟁탈과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의 난맥으로 매우 시끄럽다. 특히 국민의 눈에 비치는 당정의 분란과 인사 혼란으로 허둥대는 대한민국의 지휘부,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다툼에만 몰두하는 이 시대 자칭 엘리트라고 자처한 국회의원들, 거짓 선동과 편 가르기에 앞장서 행동하는 이적행위(利敵行爲)들, 국가 실익보다 사리사욕에 눈 먼 모리배들….헤아릴 수 없이 구질구질하다.

위정자들은 여야가 서로 두드리는 풀의 흔들림에 놀라 숨는 뱀의 경우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놀라 달아나는 뱀은 쉽게 사람에게 잡힌다. 국민들은 놀라 달아나는(죄지은 자들) 위정자들부터 하나하나 심판의 막대기를 휘두를 것이다.

아무쪼록 요(堯)순(舜) 시대의 태평성대는 아니더라도 위정자 모두는 힘을 합쳐 최소한 국민이 불안하고 장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이룩해야 할 것 이다.

협치(協治)! 말로만 하는 협치는 오히려 안 하는 것만 못한 것을….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