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에서 대련시에 있는 대학교까지는 1000㎞ 넘고,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학생 신분으로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앉아서 가는 버스는 너무 힘들어 비교적 저렴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침대 기차를 애용했다.
중국 기차산업의 발전으로 2017년에는 최고시속 350㎞/h 되는 고속열차가 생기고 쾌적하고 빠른 기차가 점점 기존의 기차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느리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옛 침대 기차야말로 이동 거리가 길고 다양한 풍경의 중국 여행에서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침대 기차는 중국어로 '워푸'라고 한다.
침대 기차는 보통 2층 또는 3층 침대로 돼 있다.
맨 아래층이 가장 비싸고 앉을 때 편하다.
반대로 꼭대기 층은 저렴하지만, 공간이 협소하다.
객차에 침대가 한쪽 면에 있고 다른 한쪽 면의 오픈식 복도에는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이곳에서 컵라면도 먹고, 위층 자리의 승객들이 잠깐씩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필자가 19세에 처음 집을 떠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탄 침대 기차를 잊을 수가 없다.
이불과 옷가지, 엄마가 싸준 반찬을 챙겨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다.
덜컹거리는 침대 기차를 타고 꼬박 하루를 가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은 통로 가운데 비치돼있어 컵라면도 먹고 승무원이 작은 카트에 실어서 파는 도시락과 해바라기 씨도 사 먹는다.
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타고 자리 주인이 바뀌고 옆자리의 낯선 이와 서로 행선지를 묻고 답한다.
도시를 지나고, 시골을 지나며 산과 논이 보이고, 다시 도시가 보이기를 반복하며 바뀌는 열차 밖 풍경은 지루할 틈이 없다.
중국은 빠르고 쾌적한 고속열차로 인해 침대열차의 운행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기존 침대 기차의 향수를 원하는 고객층을 위해 '전체 워푸 기차 K53차 열차'를 마련했다.
이 열차는 선양과 베이징을 왕복하는 기차로 중간에 정차하지 않고 727㎞ 거리를 왕복 운행한다.
하룻밤 자고 나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특별한 중국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제 필자는 한국에서 결혼하고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매일 2층 침대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중국에서 침대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 너무 기대된다. 세종= 최금실 명예 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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