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씨네 김나무 대표 |
나무씨네 대표 김나무(56) 감독의 말이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와 스텝 16명이 의기투합해 만드는 단편 독립영화 '테미오래(가칭)'의 총괄 기획과 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이번 영화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오명에서 벗어나 선보이는 첫 영화라며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현재 그는 테미오래 입주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 중이다.
7일 오후 테미오래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블랙리스트 배상금으로 1000만 원 중 그동안 마음고생 한 아내에게 용돈 조금 주고 나머지 전액을 영화 제작비로 충당했다"며 "소통의 창구였던 낮은 담장과 함께 사라져가는 골목의 풍경을 통해, 지금은 보기조차 어려운 아이들의 동요처럼 사라져 가는 사람다움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번 영화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단편 독립영화 '테미오래(가칭)의 한 장면'. |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나무 감독은 1992년 첫 창작 음악 연극에 참여하면서 연극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1996년부터 노래패 '나무밴드'를 결성해 세월호 추모콘서트를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연극 '철수의 난' 음악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전국노동자신문에서 기자로 활동, 노동조합위원장들과의 인연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약자를 대변하며 자칭 '문화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자 30년 동안 문화운동을 해오던 중, 2015년 무렵 손에 넣은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영상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고, 2017년에 첫 영화를 제작했다"며 "30년 가까이 연극영화인들과 소통하며 쌓아온 배우들과 스텝들 인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영관에 내걸릴 만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이번 영화에 녹여내고 싶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소통'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김 감독은 "골목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다움이 사라진다'는 뜻과도 같으며, 오래된 동네가 사라지면서 집을 둘러싼 정취와 정서가 함께 소멸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대전을 거점으로 하는 독립영화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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