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미래를 여는 열쇠 '노느니 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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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미래를 여는 열쇠 '노느니 염불'

  • 승인 2022-10-08 11: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여름, 양복 정장에 중절모 쓴 101세 어른이 근무처에 등장했다.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기념사진 찍기에 바빴다. 백세시대라 하지만, 백세 넘은 사람을 직접 접하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아무래도 연로하면 활동이 줄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리라. 당사자도 즐거워하고 당부 말씀도 잊지 않는다. 필자 장인으로, 필자에겐 일상이어서 동료의 격한 환대에 오히려 놀랐다. 한편으론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활동이 줄다보니 건강상태가 그 이전만 못하다. 활동이 줄면 심신이 모두 위축됨을 본다.

무엇인가 하려는 것은 심신이 건강한 것이다. 무위도식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병들게 한다.

나라가 IMF관리 체제에 있을 때 캥거루족이란 말이 유행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퍽 다행이나 아직도 캥거루족이 눈에 많이 띈다. 작은 일이라도 업신여기지 말고, 힘든 일이라도 감사해야 한다.

대규모 경비업체 임원의 말이다. 일자리 구하기 위해, 젊은 시절 떵떵거리며 살던 사람이 찾아와 사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른 일자리는 가사도우미, 간병, 경비, 급식, 미화, 배달, 주유, 청소 등 단순노동이나 사무보조가 대부분이다. 좀 특별한 것으로 시험감독, 모델, 통역, 주례 등도 있다. 그나마 각종제약이 따르고 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 경비는 그래도 좋은 일자리다. 사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구직자에게는 절박하기 때문이리라. 절박하다는 것이 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소일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이 건강한 것이다.



공공일자리로 환경미화, 방역, 쓰레기 분리수거와 점검,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지킴이, 금연구역지킴, 산불감시 등이 있다. 생계비 보조 등의 복지관점도 있지만, 질 낮은 업무와 적은 금액, 재정낭비 등 다각적인 비난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내년부터 61,000개를 줄이고, 민간?사회 서비스 형 일자리 2만3000개 늘려 대체한다고 한다. 결국 3만8000개가 주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일자리가 필요하다.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에, 너나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 기업과 시장에서 필요한 일자리 창출과 발굴, 확보가 있어야한다.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일자리도 만들고, 새로이 연령에 맞는 전문적 직업교육도 필요하다.

관과 사회에만 의존할 일도 아니다. 스스로 남은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노쇠에서 오는 역량 약화가 있겠으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예방 하고 지속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의욕상실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느니 염불한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라도 하자는 말일 게다. 허드레 일이라도 하자, 쉬운 것부터 하자로 생각할 수도 있다. 수행하는 사람이 공부나 수행에 딱히 적합한 방법이 없다보니 열중하지 못하고 번뇌만 쌓인다. 마냥 빈둥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염불이라도 하자는 사람도 있다. 방향성이 없는 막연한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염불은 그저 하는 소모적 행위가 아니다. 수행자가 아니니 깊이 알 수야 없는 일이지만, 염불의 목적은 번뇌를 버리고 열반에 드는데 있다. 염불에는 칭명(稱名), 관상(觀像), 실상(實相), 관상(觀想)이 있다고 한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아는 것은 칭명(稱名)이다.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 명호를 부르거나 앞에 귀의한다는 뜻의 나무(南無)를 붙여 부른다. 거기에는 믿는 마음, 구도의 마음, 공덕의 마음이 담길 것이다. 그를 통해 염불삼매에 이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성심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노느니 자기 성장을 위한 어떤 일이라도 하자. 세상 탓할 일이 아니다. 프랑스 포도 농부의 말이라 들었다. 포도나무는 일부러 척박한 땅에 심는다. 뿌리를 깊이 내려야 오염된 지표수가 아닌 좋은 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란다.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좋은 품질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환경이 열악하고 당장 괄목할만한 소득이 없더라도 무엇이고 하자. 분명 자신을 살찌우고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된다.

필자는 돈 되는 일, 소위 생산적인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아이들로부터 비난을 듣는다. 필자는 문화예술이 인류사회를 복되게 할 것이라 믿는다. 부산 해동용궁사 경내 입석에 새겨진 글이다. "너의 과거를 알고 싶거든 지금 네가 받고 있는 것을 보고, 너의 미래를 알고 싶거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아라."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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