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그렇다면 왜 우주개발을 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만 다루지 말고 여기에 경제적 가치를 담아야 비로소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우주의 경제적 가치는 몇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우주의 종합예술적 성격에서 오는 스핀온(Spin-on) 가치이다. 우주기술은 전기, 전자, 정밀기계, 화학, 건설 등 주변산업이 발전되어 있지 않고는 도전할 수 없는 기술이다. 또한 반대로 주변산업에게는 우주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된다.
둘째, 우주기술은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스핀오프(Spin-off) 가치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수기, 전자레인지, CT, MRI 등이 있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필요했던 도전적인 기술들이 새로운 산업적 파급을 가져온 것이다.
셋째, 우주활용의 가치이다. 위성개발은 위성의 활용을 전제로 한다. 위성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은 방송, 통신, 항법, 기상, 해양, 환경, 농업, 임업, 국방 등 매우 광범위하다. 세계 우주경제 규모를 봐도 2021년도 총 3370억 달러 중 활용산업의 비중이 85%인 285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크다.
넷째, 뉴스페이스의 가치이다. 최근 기업체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소형위성 군집을 통한 우주인터넷 서비스, 재사용발사체를 활용한 저비용 발사를 비롯해 우주관광, 우주태양광발전 등 다양한 사업이 대두되고 있다.
다섯째, 우주자원의 가치이다. 지구상의 자원은 점차 소멸돼 가고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어서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달에 있는 물, 헬륨3나 수많은 소행성들에 분포된 희귀광물들은 우주를 선점하는 국가가 자원확보를 통해 미래의 강자가 될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위의 다섯 개의 경제적 가치에 따라 각각의 전략이 파생된다. 먼저 스핀온 가치를 위해서 정부는 우주수요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역량있는 기업들이 우주에 매력을 느끼고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사업을 만들고 체계종합부터 부품개발까지의 생태계를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스핀오프 가치를 위해서는 도전적인 우주개발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산업체가 직접 투자하고 연구개발해서 수익을 내기에는 어려우므로, 항우연 같은 공공기관이 안정적인 예산을 가지고 도전적인 분야를 개척하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우주활용 가치를 위해서는 수요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위성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활용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6G통신, 항법 등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될 위성체계를 갖추고, 정밀정찰, 유도무기, 군 작전 등 안보적 차원의 활용전략을 통해 국가생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뉴스페이스를 위해서도, 정부는 산업체의 혁신적 마인드와 기발한 비즈니스가 우주와 접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SpaceX사를 있게 만든 NASA의 COTS 프로그램이나 우주탐사분야에서 제2, 제3의 SpaceX사를 만들기 위한 CLPS 프로그램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주자원은 미래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천이다. 결국 세계는 우주자원의 선점을 위해 패권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주자원을 안보와 연결시켜야 하고, 국제질서를 주도해야 하며 우호국 확보를 통해 패권경쟁에서 외톨이가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결국 우주경제는 우주개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며 이를 통해 미래 초일류국가로 진입하게 되거나 아니면 도태되는 국가가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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