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 대전에 쌓인 쓰레기산 26년간 '753만㎥'…사후관리 30년 '숙제'

[WHY이슈현장] 대전에 쌓인 쓰레기산 26년간 '753만㎥'…사후관리 30년 '숙제'

1996년부터 금고동매립장에 63빌딩 13채 분량
금고동 이전 사용 매립장 60곳 시내 산재
23년 전 매립장 침출수·메탄가스 여전
대전 하루 1인당 0.92㎏ 광역시 중 높아
"생활쓰레기 발생량 줄이고 관리대책 세워야"

  • 승인 2022-10-06 17:20
  • 신문게재 2022-10-07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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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금고동 제1위생매립장 모습. 1996년 8월 폐기물 매립을 시작해 2020년 기준 63빌딩 13.5채 규모의 쓰레기가 쌓였다.
대전시민들이 배출한 생활폐기물이 금고동에 모여 거대한 산을 이뤘다. 지난 26년간 차곡차곡 쌓인 결과 서울 63빌딩(56만㎥) 부피의 13.5배 규모의 753만2100㎥ 쓰레기 산이 금고동 제1매립장에 만들어졌다. 대전은 다행히 금고동에 제2매립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난 7월 폐기물 처분시설 설치승인을 받아 2025년 1매립장 만장 시에도 쓰레기 대란은 겪지 않을 전망이다. 그랬더니 대전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었는지 돌아보는 기회마저 갖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매립을 마치고 23년 지난 비위생매립지에서 여전히 매립가스(메탄)가 기준치 이상 발생하는 등 사후관리와 비용문제를 바라볼 기회도 말이다.

▲금고동 1매립장 26년

1996년 8월 1일 유성구 금고동 산12번지에 대전 일원에서 수집된 생활폐기물이 처음 반입됐다. 그동안 얕은 야산이나 쓰임새 없이 남겨진 유휴지, 하천변에 매립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소하고자 1994년부터 154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것이다. 1991년 대전시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당시 인구는 110만명에 이르고 하루 1715톤의 쓰레기가 발생해 시내 여러 곳에 매립하는 현실을 설명하며 첫 위생매립장 조성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제1매립장 1단계가 준공한 1997년 4월보다 훨씬 이전부터 쓰레기를 반입해 매립할 정도로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는 당대의 현안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금고동 제1매립장은 2011년 8월까지 당초 15년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진출입 도로를 옮겨 1년 간의 매립용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2005년 1월부터 음식물쓰레기 매립이 금지되고, 소각장을 활용하면서 2025년 7월까지 매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립지 전체 면적은 월드컵경기장(10만473㎡)의 7배 만한 69만5788㎡이고, 매립할 수 있는 최대량은 876만2000㎥에 2020년 기준 753만2103㎥ 매립했다. 잔여 매립량은 전체의 14% 규모인 122만989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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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금고동 제1위생매립장에 쓰레기 매립과정.  (사진=대전도시공사 제공)
▲비위생매립장 60곳 땅밑에



대전에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된 곳이 금고동 제1매립장을 제외하고 최소 60곳 더 있다. 밖으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공원으로, 주차장으로, 골프연습장으로 사용되는 곳이 과거에 우리가 쓰레기를 매립했던 곳이다. 2003년 대전시가 대전환경기술개발센터에 용역을 의뢰해 대전시 일대의 금고동 이전에 운영된 비위생매립지를 조사했다. 금고동 매립장처럼 침출수를 정화하고 매립가스를 포집하며 지하수 오염방지 시설을 한 폐기물 처분시설을 위생매립장이라고 명명하고, 그렇지 않은 웅덩이나 나대지에 폐기물을 묻은 곳을 비위생매립장이라고 부른다. 2001년 대전시가 조사한 비위생매립장 60곳은 1983년 1월부터 1996년 7월까지 생활폐기물을 매립했던 곳이며 532만톤의 쓰레기가 매립된 것으로 집계했다. 용운·상서동을 비롯해 동구 3곳, 중촌·안영동을 포함한 중구 6곳, 정림·관저동의 서구 18곳, 유성구 4곳 그리고 오정·신대동 등 대덕구 27곳에 달한다. 분리수거 없이 음식물쓰레기까지 함께 버려졌던 비위생매립장의 사후관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으며, 매립량 많은 5곳을 선정해 굴착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난분해성인 비닐/플라스틱류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정기간 안정기를 거친 곳에서도 침출수나 악취, 매립가스 배출은 지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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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금고동 제1위생매립장에 쓰레기를 매립하고 흙을 덮고 있다.  (사진=대전도시공사 제공)
▲23년 전 매립지서 메탄가스

생활폐기물 매립을 완료해 흙으로 완전히 덮었대서 끝이 아니다. 흙 속에 폐기물이 생물학적 작용에 의해 분해되고 최종적으로 일반토양과 같은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물질이 되는 안정화를 이루는 동안 침출수와 메탄 등의 배출가스, 지하수 오염 등을 관리해야 한다. 대전에서 매립을 완료한 지 23년 경과한 특정 비위생매립지를 조사한 결과 침출수나 매립가스 발생 유량이 안정화 기준을 초과하는 곳이 실제로 관측됐다. 충남대 대학원에 2015년 제출된 논문을 보면 1990년부터 1995년 1월까지 3단계에 나뉘어 256만톤의 생활폐기물을 매립한 대전의 비위생매립장에서 배출되는 메탄(CH4)의 농도와 발생량, 침출수 등이 매립지 안정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지금은 중고차 매매상사와 골프연습장으로 사용 중인 대전 모 비위생매립장에서 침출수 수질은 배출허용기준을 통과했으나 매립가스 발생 유량이 많고, 메탄 농도가 40∼60%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또 가장 최근에 매립을 완료한 곳에서는 메탄 농도가 약 25% 정도로 관찰돼 매립지 안정화 평가기준보다 상회하고 있으며, 침출수 수질이 매립지 안정화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하다고 규정했다. 해당 매립장의 침출수 등은 지금껏 종말처리장에 연계해 처리 중이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매립장에 폐기물 매립을 종결한 후에 더 이상의 오염을 유발하지 않을 단계까지 이르는 데에 법으로 정한 30년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에서도 20년에 19년을 더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라며 "쓰레기 배출을 우리가 줄이지 않으면 금고동 매립장의 30~40년 환경보호와 관리비 부담을 후대에 물려주게 된다"고 밝혔다.

▲폐기물 하루 1㎏씩 '전국 최고'

대전지명지에 따르면 30년 가까이 매립장으로 사용 중인 금고동은 금구몰니형의 명당이 있어서 금구리라고 불리다가 금고리가 되었다고 한다. 부처가 춤을 추는 형상이라 하여 불무산이라고 일컸는 산을 품은 금고리는 금강 상류에 위치한 덕분에 흰뺨검둥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등이 서식하고 옴개구리, 유혈목이가 많았다고 당시 환경영향평가서는 기록하고 있다. 상수리나무와 오리나무, 일본잎갈나무가 주종을 이루던 야산이 헐리고 매립장으로 바뀌면서 생태계도 확연히 달라졌다. 대전에서 가정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0년 하루 1295톤에서 2015년 1356톤을 거쳐 2019년에는 1286톤으로 다소 감소했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전시민 1인당 하루에 배출하는 폐기물량은 0.92㎏으로 부산 0.91㎏, 서울 0.88㎏, 세종 0.89㎏, 광주 0.78㎏, 인천 0.66㎏보다 많다. 대구(1.05㎏)와 인천(1㎏)보다는 적으나 대전시민들이 배출하는 폐기물이 전국 평균(0.89㎏)보다 많은 실정이다. 폐기물을 배출할 때 수수료를 부담하는 종량제 봉투 및 매립장 폐기물 반입 요금은 최근 15년간 동결한 채 배출자 아닌 주민들이 처리비용을 감당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선태 대전대 환경공학과 책임교수는 "폐기물매립장을 조성하기 위해 명산을 헐어내고 사후 수십년간 유지관리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쓰레기 처리의 이면을 바라봐야 한다"라며 "새로운 매립장이 마련된다고 쓰레기 대란이 없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배출한 쓰레기에 대한 사후관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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