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축제의 계절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축제의 계절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승인 2022-10-05 14:29
  • 신문게재 2022-10-06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최대원=세종시문화재단공연사업본부장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축제의 계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 '연도별 지역축제 및 문화관광축제 정보'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총 944건의 축제가 이루어진다. 그중 10월에 열리는 축제는 총 232개로 다른 시기보다 월등히 많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 활동하기 좋은 가을 날씨, 특히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높푸른 10월의 하늘이 있기 때문이리라.

고대 혹은 그 이전인 인류 초기의 축제는 종교적 의식이나 제사와 구분되지 않았다. 농경 시대에도 축제는 공동체의 번영과 안정을 기원하는 성격이 매우 짙었으며, 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Huizinga, Johan)는 저서에서 제의와 놀이 그리고 축제는 근본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하였다.

축제는 소비자의 경험 방식에 따라 관람형 축제와 체험형 축제로 나눌 수 있다. 관람형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에 집중하며, 체험형은 관람객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요즘에는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하는 경우도 많다.

축제의 계절 그리고 축제의 형태에 대해 서두에 설명한 이유는 지역의 성공적인 어느 축제를 소개하고 싶어서다. 지난주에 폐막한 '원주 다이나믹 댄싱카니발'이 그 주인공이다.



이 축제는 퍼레이드형 경연 퍼포먼스를 기본으로 한다. 제목이 댄싱 카니발이지만 무용, 무술, 치어리딩 등 어떤 형태의 퍼포먼스도 가능하다. 원주 댄싱 공연장 특설무대(폭 15m, 길이 100m 런웨이)에서 기본 30명 이상의 출연자가 5분간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를 펼친다. 코로나 이후 해외 참가단체가 조금 줄었지만, 평균 100여 팀이 2일간(코로나 이전은 5일간) 경연을 펼쳐 최종 15개 팀이 결선을 치른다. 대상 2천만 원, 총 1억 원이 넘는 상금도 참가단체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다. 이외에도 프린지 페스티벌, 문화예술공연, 먹거리 장터, 프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같이 소화한다.

2012년 시작한 축제는 국내외 참가인원 9만 명, 누적 관객 325만 명이라는 수치가 나타내듯, 이미 공연예술계나 축제, 관광 등 많은 전문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워낙 유명하다. 하지만 필자가 이 페스티벌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수치와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이 축제에서 가장 감동적인 요소는 전국에서 또는 해외에서 몰려드는 전문적인 참가단체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주지역의 수많은 어르신, 아이들, 젊은이들이 동네 어디선가 함께 모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춤 연습을 1년 동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팀은 평균연령이 75세가 넘고, 어느 팀에는 초등학생도 같이한다. 100세 가까운 참가자가 돌아가시면 다음 해에는 그의 딸(그래도 할머니)이 대신 참석하기도 한다. 80세 넘는 할머니가 치어리딩 공연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해 1cm 넘게 점프하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이다. 작년까지는 군부대에서도 많이 참가했는데, 부대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땀 흘리며 춤 연습을 했으니, 즐거운 분위기에 구타 사건이 있기도 만무했을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축제가 '원주 댄싱카니발'처럼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축제인지 알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축제의 목적이 정확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관광, 농축산물 축제든 문화예술축제든 한 가지 축제 안에 이것저것 모든 것을 넣으려 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을까 싶다. 돌아보면 국내 최대 아트마켓 축제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필자도 같은 실수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가 바뀌면서 그동안 이뤄온 성과와는 상관없이 축제의 존폐가 불분명해진 경우가 있다는 소식을 여러 지역에서 들었다. 축제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일까. 안타깝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부디 그런 일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