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고대 혹은 그 이전인 인류 초기의 축제는 종교적 의식이나 제사와 구분되지 않았다. 농경 시대에도 축제는 공동체의 번영과 안정을 기원하는 성격이 매우 짙었으며, 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Huizinga, Johan)는 저서에서 제의와 놀이 그리고 축제는 근본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하였다.
축제는 소비자의 경험 방식에 따라 관람형 축제와 체험형 축제로 나눌 수 있다. 관람형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에 집중하며, 체험형은 관람객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요즘에는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하는 경우도 많다.
축제의 계절 그리고 축제의 형태에 대해 서두에 설명한 이유는 지역의 성공적인 어느 축제를 소개하고 싶어서다. 지난주에 폐막한 '원주 다이나믹 댄싱카니발'이 그 주인공이다.
이 축제는 퍼레이드형 경연 퍼포먼스를 기본으로 한다. 제목이 댄싱 카니발이지만 무용, 무술, 치어리딩 등 어떤 형태의 퍼포먼스도 가능하다. 원주 댄싱 공연장 특설무대(폭 15m, 길이 100m 런웨이)에서 기본 30명 이상의 출연자가 5분간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를 펼친다. 코로나 이후 해외 참가단체가 조금 줄었지만, 평균 100여 팀이 2일간(코로나 이전은 5일간) 경연을 펼쳐 최종 15개 팀이 결선을 치른다. 대상 2천만 원, 총 1억 원이 넘는 상금도 참가단체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다. 이외에도 프린지 페스티벌, 문화예술공연, 먹거리 장터, 프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같이 소화한다.
2012년 시작한 축제는 국내외 참가인원 9만 명, 누적 관객 325만 명이라는 수치가 나타내듯, 이미 공연예술계나 축제, 관광 등 많은 전문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워낙 유명하다. 하지만 필자가 이 페스티벌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수치와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이 축제에서 가장 감동적인 요소는 전국에서 또는 해외에서 몰려드는 전문적인 참가단체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주지역의 수많은 어르신, 아이들, 젊은이들이 동네 어디선가 함께 모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춤 연습을 1년 동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팀은 평균연령이 75세가 넘고, 어느 팀에는 초등학생도 같이한다. 100세 가까운 참가자가 돌아가시면 다음 해에는 그의 딸(그래도 할머니)이 대신 참석하기도 한다. 80세 넘는 할머니가 치어리딩 공연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해 1cm 넘게 점프하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이다. 작년까지는 군부대에서도 많이 참가했는데, 부대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땀 흘리며 춤 연습을 했으니, 즐거운 분위기에 구타 사건이 있기도 만무했을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축제가 '원주 댄싱카니발'처럼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축제인지 알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축제의 목적이 정확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관광, 농축산물 축제든 문화예술축제든 한 가지 축제 안에 이것저것 모든 것을 넣으려 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을까 싶다. 돌아보면 국내 최대 아트마켓 축제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필자도 같은 실수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가 바뀌면서 그동안 이뤄온 성과와는 상관없이 축제의 존폐가 불분명해진 경우가 있다는 소식을 여러 지역에서 들었다. 축제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일까. 안타깝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부디 그런 일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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