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협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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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협치가 필요하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2-10-04 09:15
  • 신문게재 2022-10-0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요즘 들어 모두가 더욱 분주해진 것 같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나름 대처하기 위해 기업, 노동자, 소비자 등 저마다의 경제 주체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윤석열 정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일류 경제도시 대전', '창조와 도전의 미래전략수도 세종',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 '꿈의 바다 충북'을 만들기 위해 지방정부들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시민의 대표인 지방의원들도 각종 감사와 예산심의를 앞두고 누구 못지 않게 바쁠 것이다. 바쁜 것은 늘상 있을 법한데, 어쨌든 스트레스와 힘듦을 주기도 하지만, 의욕과 활력을 주기 때문에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를 공동체라고 하는데, 많은 공동체 중 으뜸가는 공동체는 국가공동체일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본성적으로 '국가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또는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 바 있다. 이 같은 국가공동체 내에는 수많은 행위자들이 존재하며, 서로 간에 가치와 이익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연대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대체로 행위자들은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에 따라 정부, 정치사회, 민간사회로 크게 나눠진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는 공적 가치와 정치적 이익을, 정당이 대표되는 정치사회는 사적 가치와 정치적 이익을, 이익단체, 시민단체, 언론, 종교, 친목모임 등이 포함되는 민간사회는 사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이나 심리적 이익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균열은 불가피하다.

잘 알다시피, 국가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은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나눠진다. 하나는 누가 통치하는가, 즉 주권의 소재에 따라 나눠지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통치하는가, 즉 주권의 행사방법에 따라 나눠진다. 전자에 따르면, 국체(國體)라고 부르는 국가형태는 군주제와 공화제로 분류된다. 그리고 후자에 따르면, 정체(政體)라고 부르는 정부형태는 독재정과 민주정으로 분류된다. 참고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국가공동체에서 왕이 통치하지 않는 이상 공화제의 운영원칙은 손상되지 않겠지만, 다수가 의사결정을 하는 민주정의 운영원칙은 경우에 따라서는 제한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균열이 제대로 해결되고 해소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거나 시민배심원제, 주민공청회, 주민자치제와 같은 참여민주주의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제는 실행비용과 소요시간 때문에 자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전자민주주의를 병행한다고 해도 일부 구성원들만 참여하는 맹점이 존재한다. 결국 국민이나 시민의 대표들이 모여 토론하고 숙의해 의사 결정하는 간접민주주의가 최선의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제를 통해 갈등과 균열을 해결하는 장치에는 정치적 대표체제와 사회적 대표체제가 있다. 정치적 대표체제는 의회정치와 정당정치에서 가동되는데, 국회나 지방의회에서의 여야타협이나 여야정치협의회의 운영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회적 대표체제는 각계각층의 대표나 공익전문가로 구성된 공론기구를 통해 작동되는데, 노사정협의회나 특정 사안을 해결하거나 추진하려는 각종 시민위원회의 운영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최근에 새롭게 출범한 대전사랑시민협의회와 같은 범시민위원회도 포함된다.



이 같은 정치적 및 사회적 대표체제의 운영은 기본적으로 협치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협치란 통치나 의사결정을 하는 데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고 협력해 나가는 방식을 이르는데, 일종의 협력통치 내지 공동통치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의 여러 사례들은 이 같은 방식이 갈등과 균열을 통합과 융합으로 바꾸는 데 첩경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민주공화제 자체가 협치를 뜻하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협치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국가공동체나 지역공동체의 리더라면, 그 첫 지점인 경청, 대화, 설득, 양보 등의 언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레토릭이더라도 자주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분주하고 분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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