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개천절, 어찌 경축할 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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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개천절, 어찌 경축할 날이 아닌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2-10-03 11:18
  • 신문게재 2022-10-04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김재석 소설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013년 7월 28일 동아시안컵 한일전 당시 관중석엔 이 문구가 들어간 대형 플랜카드가 나부꼈다. 이 말의 출처는 단재 신채호부터 처칠까지 다양하지만, 민족의식의 고취를 위해 자주 인용되는 문구이다. 일본 식민지 역사를 가진 우리에겐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일본은 36년간 한국을 식민지화하면서 가장 열을 올렸던 것이 민족혼을 말살하는 일이었다.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이병도와 같은 친일사학자와 일본인 역사가들이 모여 역사를 왜곡하는 과정에서 한국 고대사를 지워버리거나, 조선의 당파싸움을 부각시켜 못난 역사를 강조하므로 한국인은 열등하다는 식민사관을 주입했다. 해방 후에도 이병도는 서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고, 이른바 이들이 식민사관을 그대로 전파한 강단사학자들로 군림하게 된다.

우리의 역사 교과서에 단군은 단지 곰과 호랑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화로 기술되고, 단군의 고조선을 고인돌 정도를 쌓던 부족국가로 취급하고 있다.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대표적으로 왜곡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병도도 말년에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1986년 10월 9일자 조선일보에 "단군은 신화 아닌 우리 국조(國祖)" 라고 양심고백을 담은 기고문을 싣는다. 이미 강단사학을 지배하고 있는 그의 제자들은 노망난 늙은이의 실언으로 몰아가며 덮으려 했지만, 우리역사를 바로 알아야겠다는 민족사학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10월 3일 개천절은 기원전 2333년,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하였음을 기리는 날이다. 일제에 의해 철저하게 왜곡된 건국의 역사를 1919년 상해임시정부에서는 개천절을 기념일(지금의 국경일은 1948년 정부수립 후 공식지정)로 정하고 민족혼의 고취를 위해 제천행사를 지냈다. 멀리 타향에서나마 민족혼의 불씨를 살려 광복의 그 날까지 매진했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개천절은 단지 국경일이란 의미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사료와 유물발굴을 통해 점점 드러나는 진실은 천손사상을 가진 동이족이 먼 옛날부터 거행한 제천행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은 만리장성 이북의 역사를 오랑캐 역사라며 근래까지 하찮은 문명으로 부정해 왔다. 그러다 만리장성 이북에서 기원전 8천년까지 올라가는 요하문명(원방각의 피라미드 제천문명)과 홍산문화(대표적인 옥기문화)가 발굴되면서 그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동북공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이 동이(동쪽의 오랑캐)족이라며 고조선의 역사를 부정하다 이제는 그들의 선조라고 우기는 처지가 되었다. 고조선의 대표적 조상인 태희 복희와 염제 신농, 치우천황을 모시는 사당까지 지어놓고 그들의 선조로 둔갑시켰다.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오징어 게임'은 우리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를 소개한다. '오징어 게임'은 천손사상을 가진 우리민족이 원방각 제단인 피라미드를 쌓고 하늘에 제사지내던 일을 놀이로 만든 것인데 의미가 잊힌 채로 면면히 흘러내려 오고 있던 놀이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란 격언처럼 민족혼이 살아있지 않으면 미래의 젊은이에게 아무리 애국심을 강조해도 편협한 민족주의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상해에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분투했던 광복군들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이 나라의 국운이 살아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것처럼, 개천절을 맞아 다시 한번 뜨겁게 하늘을 우러러 홍익인간 제세이화의 천손사상을 널리 알리는 배달의 민족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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