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
무엇인가 소유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면의 마음을 차곡차곡 채우자. 마음이 채워지면 남들 앞에 당당해지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유에 대한 욕심이 줄어든다. 욕심은 아무리 채워도 구멍 난 항아리처럼 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세 가지 버릇을 바꾸도록 노력하자. 첫째, 마음 버릇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둘째, 말버릇이다. 비난과 불평, 특히 뒷담화를 삼가고 칭찬과 감사를 입에 달고 살자. 셋째, 몸 버릇이다. 활짝 웃는 얼굴과 부지런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생활하자. 세 가지 버릇은 독서와 평생교육, 그리고 영성(靈性)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성공도 버릇이고, 실패도 버릇이다.
나이 들수록 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누군가를 덜컥 사랑해버리는 일, 하던 일 다 내팽개치고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버리는 일, 오래 지니고 있던 손때 묻은 물건을 버리는 일. 그중 가장 어려운 일은 단연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살아갈수록 사랑보다는 우정이라는 단어가 더 미덥다. 우정은 뜨겁다기보다는 더운 것이기에, 금방 식어버리는 게 아니라 은근히 오래도록 지속된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그런 친구를 얻는 일이다. 나이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젊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이름난 거문고 연주가인 백아와 종자기는 가까운 벗이었다. 종자기는 늘 백아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백아의 마음을 알아채곤 한다. 백아가 산을 오르는 생각을 하면서 연주하면 종자기는 '태산과 같은 연주'라고 하고,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흐르는 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구나'라고 말한다. 이에 백아는 '진정으로 내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知音)은 종자기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을 알아주던 종자기가 병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내 연주를 더 이상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며 거문고의 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를 '지음'이라고 한다. 이 지음이란 말엔, '새나 짐승의 소리를 가려듣는다'는 뜻도 있다.
여러분은 상상 속의 손을 경험했는지 궁금하다. 특히 병원에 갔을 때 그런 상상을 한다. 위내시경 검사를 할 때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상상을 한다. 매년 반복해도, 목젖을 넘길 때가 가장 힘들다. 힘들고 지쳐있을 때 살포시 잡아주는 손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슬프고 외로울 때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손이 있다면 얼마나 위안이 될까. 쓸쓸히 걷는 인생길에 조용히 다가와 잡아주는 손이 있다면 얼마나 따뜻할까. 좋아하는 사람의 손이 닿기만 해도 전율이 흐르듯, 내겐 놓고 싶지 않은 상상 속 아름다운 손이 있다. 많은 지인 중에서 나만의 소리를 가려 들어주는 사람, 목소리만으로 눈물의 기미를 눈치채는 사람. 내 곁에 '지인'은 많아도 '지음'은 드물구나.
싫든 좋든 나이가 들어간다. 노년(老年)은 돛을 접어야 할 때가 아니라, 여전히 열매 맺는 시기다. 새로운 사명이 기다리며 미래를 바라보라고 부른다. 인간미가 흐르는 관심과 생각, 사랑에 관한 노년의 특별한 감수성이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의 소명(召命)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젊은 세대들을 향한 사랑의 징표다. 이를 특별히 '온유함의 혁명'이라 일컫는다. 영적이며 비폭력적인 혁명을 위한 곱게 나이든 이들의 헌신이다.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 늘 잊지 않고 깨어 있으련다. 오늘이 있어 감사하고, 희망이 있어 내일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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