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인성의 탄소동화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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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인성의 탄소동화작용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2-09-30 1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시간이 좀 지난 얘기인데 내가 목격한 모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 한 편을 소개하겠다. 이 학교에는 밴드부가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학교 옥상에 있던 밴드부 악기실에서 악기 하나가 없어졌다. 도난당한 악기는 비싼 거라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학교서는 고민하다가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탐문 수사 끝에 수사는 사흘 만에 종료가 됐는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시내에서 악기를 취급하는 모든 가게를 샅샅이 탐문 조사를 했다.

그러던 중 악기를 취급하는 모 가게에서 도난당한 악기를 찾았는데 알고 보니 장물로 취득한 것이었다.



악기를 훔쳐다 판 도둑은 바로 그 학교 밴드 부 학생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학생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가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는 도둑을 잡는 경찰, 아들은 도둑이라니 소설에서나 있을 수 있는 믿겨지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아들의 행동거지는 아버지에 궁합이 안 맞아도 너무나 조화가 안 되는 기상천외의 가족이었다.

결국, 경찰인 아버지는 도둑인 아들 덕분에 옷을 벗고야 말았다. 아버지가 아들한테 입은 덕은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들의 덕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훈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훈장 중에서도 진짜 효자한테서만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깨달음을 주는 훈장이었다. 아버지는 얼굴이 화끈거려 낯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별난 훈장이었으니 말이다.

부모로서 자식한테 이런 효도를 받아보는 것은 영광이지만 아무한테나 오는 그런 영광은 아니었다. 진정 효도치고는 별난 효도였다. 너무나 유별난 효도여서 부모는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이 집의 아버지와 아들이 사람 사는 도리로서 조화를 이루는 보편적인 삶이었다면 이런 불상사는 면했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생활에는 상생 조화가 필요하다. 이 상생하는 조화의 삶이 잘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우리 사람 사는 사회는 지상천국의 낙원이 될지도 모른다.

상생조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식물의 탄소동화작용(광합성작용)이 떠오른다. 상생 조화가 잘 되는 것의 표본은 식물의 탄소동화작용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 있는 생물체에 기여하는 공이 탄소동화작용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식물에 있어 탄소동화 작용(광합성작용)이란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과, 잎에서 받아들인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햇빛 에너지로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드는 작용이다. 물, 이산화탄소, 햇빛, 이 3대 요소는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어낸다. 물과 햇빛은 우리 인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며, 이산화탄소(탄산가스)는 그 활용도에 따라 유용하게 쓰이고도 있지만 역기능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반작용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좋은 거와 역기능을 하는 것이 어울려 탄소동화작용을 하게 되면 한층 승화된 탄수화물과 산소가 나오게 된다.

탄수화물과 산소는 사람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다.

이 소중한 것들은 광합성 작용에 의해, 물, 이산화탄소, 햇빛으로 만들어진다.

우리 사람 사는 사회에도 탄소동화작용의 3대 요소에 해당하는 물, 이산화탄소, 햇빛과 같이 그 직능 면에서 뒤지지 않는 인적 자원이 숱하게 많이 있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이나 록펠러(20세기 초 세계 갑부), 세종대왕, 진시황 같은 분들을 비롯하여 보통의 삶을 누리는 갑남을녀(甲男乙女)가 다 그런 자원들이라 하겠다.

이런 분들의 인성이 각기 햇빛, 물, 이산화탄소가 되어 인성의 탄소동화작용이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우리 사회는 빛으로 가득 찬 광명의 세계가 되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아니, 거창하게 교황님이나 록펠러, 세종대왕, 진시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뜻이 맞는 보통 사람끼리 인성의 궁합을 맞춰 상생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면 식물의 탄소동화작용 이상 가는 좋은 결과물을 생성해 내리라 확신한다.

우리 사람 사는 사회에도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아들 딸 - 갑돌이 갑순이 마당쇠 - 가 인성의 상호교화 작용을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인성의 탄소동화작용이 여기저기서 경쟁의 붐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인성의 상생에 의한 조화로써 한층 승화된 가슴 따뜻한 삶이, 아니, 사람냄새 풍기는 훈훈한 사람의 온기가 향방의 제한 없이 여기저기서 전해 오기를 고대한다.

탄소동화작용으로 생성된 탄수화물과 산소가 우리 인간의 삶에서는 사람냄새 풍기는 따뜻한 삶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을 다투는 승화물이 삶의 향훈이 되어 이 집 저 집에서도 꾸역꾸역 나왔으면 좋겠다.

탄소동화작용, 이것은 식물세계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인간세계에도 전이 가능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인성의 탄소동화작용'

정작 불가능이 아닌, 가능으로 너와 나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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