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복수불반분과 건전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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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복수불반분과 건전인격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9-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9월 21일 대통령의 뉴욕행사장 이면 대화로 십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정치권과 언론이 뜨겁다. 진실공방이라 열 내며 싸움을 부추긴다. 정작 국민은 별 관심 없어 보여 보기 민망하다. 외려 지겨울 정도다. 여권에서는 '조작된 자막'을 내보내 동맹관계와 국익을 훼손했다 하고, 야권에서는 '외교참사', '국제망신', '국회의원 모욕' 이라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공식발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의 후 급히 이동하면서 외교부장관과 둘이 나눈 회담에 대한 소회이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국내외에 우리 군의 위상과 전투력을 알리고, 국군장병의 사기진작을 위해 제정된 날이다. 군 없이 평화는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상징이기도 하다. 국제관계를 비롯한 모든 관계는 균형이 필요하다. 무너지면 기울고, 기울면 엎어지는 것 아닌가? 스스로 힘을 키우고 외교에 열중하는 것은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너나없이 본질에 열중해야 한다. 외교 활동하러 나갔으면 외교가 잘 되고 빛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강태공(姜尙)은 은나라 멸망시킨 공으로 주나라 제후가 된다. 어느 날 그가 가마 타고 행차하는데, 한 노파가 앞을 가로 막았다. 무위도식할 때 그를 버리고 떠났던 아내 마(馬)씨였다. 남편이 재상이 됐다는 소식에 천리 길 마다않고 찾아온 것이다. 엎드려 통곡하며 용서를 구한다. 태공이 하인에게 위수에서 물 한 동이 떠오게 하여, 마씨 앞에 뒤집어엎게 한 후 말한다. "이 동이에 쏟아진 물을 도로 담으시오. 그러면 당신을 용서하겠소." 마씨가 주워 담으려 노력 하지만 모두 허사다. 어찌 엎질러진 물을 도로 담을 수 있으랴? 이 이야기를 담은 고사성어가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다. 복수불수(覆水不收)라고도 한다. 엎질러진 물은 도로 담을 수 없다. 그렇다고 엎질러진 물이 본질은 아니다.

논어 위령공편에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는 모두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모두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모든 허물에 대해 군자는 내 탓으로 돌리지만, 소인은 남의 탓이라 한다는 말이다. 책임감은 도의 요체이기도 하고, 소인과 군자를 구분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망국의 늪에서 도산 안창호가 한 말이다. "자손은 조상을 원망하고, 후인은 선배를 원망하고, 우리 민족의 불행의 책임을 저마다 남에게만 돌리려고 하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다.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책임자는 누구냐?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책임을 내게로 돌린다. 실로, 요즘 세태의 후진적 자화상에 책임감을 느낀다.

30여 년 전 가톨릭에 '내 탓이오' 운동이 있었다. 처음엔 교내 운동이었지만,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려 전국적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었던 기억이다.

내로남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듯하다. 게다가 쉼 없이 꼬투리잡기가 지속된다. 정치가 책임회피인가? 꼬투리 잡기인가? 견제와 보다나은 방향모색 아닌가? 균형에 있지 상대를 함정에 빠트리는데 있지 않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 선진 정치 아닐까? 스스로 악의 늪에 빠지지 마시라. 후진적 패러다임은 정치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어둠의 수렁에 몰아넣는다.

공인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공익에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정치인과 그 주변사람을 지도자로 보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그저 그런 모리배나 정상배 정도로 본다. 그러고도 바로서려는 노력, 바로 세워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치인의 언행일치 진정성이 보고 싶은 것이요, 건전한 인격자를 그리워한다.

이번 사안은, 아무리 보아도 긁어 부스럼에 지나지 않는다. 전파와 지면, 국력 낭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산적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제발 멈추었으면 한다. 멈추기 어려우면 자기 성찰이라도 하시라.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자가 되라." 도산 안창호의 말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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