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수동·정진아·정건 무용수 겸 안무가. <사진=한세화 기자> |
우리나라 현대무용계의 '정트리오'로 불리는 정수동&정진아&정건 3남매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친한 친구라며 서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21회 대전 뉴댄스 국제페스티벌'의 초청공연을 앞둔 지난달 25일 오후 대전평송청소년문화센터 1층 라운지에서 3남매를 만났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대전 뉴댄스 국제페스티벌은 21세기 현대무용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현대무용 축제로 9월 18일부터 25일까지 대면 공연을 선보였다.
'나도 차세대 안무가', '차세대 안무가 공모전', '국내&해외 안무가 초청공연' 등 현대무용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지역 유일 댄스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춰 17일부터 28일까지 유튜브 생중계도 병행한다.
정수동&정진아&정건 안무가는 'Company JOMO'라는 이름으로 창작 현대무용을 선보이는 국내 유일 3남매 무용팀이다. 이번 뉴댄스 페스티벌 공연은 3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안무를 선보인 첫 무대라 의미가 남다르다.
첫째 정수동(38) 안무가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부터 현대무용연구회의 온라인 공연에 참여하면서 인연이 됐다"며 "3남매 중심의 단독 공연으로는 이번이 처음이고, 다름 아닌 뉴댄스 페스티벌 무대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며 초청공연의 소회를 밝혔다.
3남매가 춤의 길로 들어선 데는 무용을 전공한 고모님의 영향이 컸다. 둘째 정진아(36) 안무가는 "유아 때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인 고모의 제안에 무용을 시작했고, 나와 오빠가 차례로 합류했다"며 "어릴 때부터 가족모임 자리에서 무용 이야기가 주류를 이뤄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춤이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대전 둔산동과 탄방동 등 서구 일대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3남매는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무용수들이다. 정수동 안무가는 대학 졸업 후 출전한 무용 콩쿨에서 1등에 올라 군 면제까지 받을 정도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현대무용 댄서다. 이번 뉴댄스 페스티벌에는 막내 정건 안무가의 초연작 '더 미팅'를 재구성했다.
정건(33) 안무가는 "사회 속 공동체 안에서의 위계질서와 상하 수직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갑을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견해차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내용"이라며 "무용수와 안무자로서의 위치, 당시의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내면이 치유까지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연 경력이 많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형과 누나 덕에 연습하면서 호흡이 좋았다"며 "느끼고 공감하는 지점이 일치해 원작보다 세련되게 풀어갈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몸을 푸는 방식부터 추구하는 안무 스타일 등 각자 성향이 달라 때때로 갈등과 부재를 느끼지만, 가족이라는 장점을 살려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3남매는 "색깔이 극명하게 다르기에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멘토로 계시는 고모님과 동생들로부터 큰 힘을 받는다"며 "선의의 경쟁심리와 인정욕구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앞으로도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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