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에서 최근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대전 유일 중증화상환자 치료 중점병원인 대전화병원이 마땅한 의료부지를 찾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화병원 전경. |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7일 진행한 1차 합동감식조사에서 사망자 7명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부검 소견을 냈다. 다시 말해 사망자 전원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질식한 것이다. 만약 지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소중한 생명은 지켰겠지만 중증 화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지역 의료계의 의견이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화상은 1~3도 환자로 구분하는 데 경증 화상의 경우 응급의학과에서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 화상환자의 경우 응급처치 이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이 확보됐을 때 전문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대전에는 화상치료 중점병원이 있다. 바로 대전화병원이다. 동구에 위치한 대전화병원은 지난 2009년 베스티안우송병원으로 개원한 뒤, 2021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꿨다.
365일 24시간 화상응급실을 갖추고 있어 충청권은 물론 영·호남에서 많은 화상 환자가 찾는다. 매일 야간시간대에만 평균적으로 10명 이상이 내원할 정도다. 119구급대원들도 지역에서 화재로 인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대전화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화상전문의 6명에 마취의까지 총 7명으로 중부권 최대 규모의 의료진이 포진한 대전화병원이지만 문제는 있다. 바로 떠돌이 신세라는 점이다. 병원 측에서는 의료부지를 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화병원이 입지한 건물은 우송대 소유 부지로 1~2년마다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병원 측은 단기계약으로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설비 등 시설에 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중부권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 장윤철 대전화병원 원장도 시설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을 인정했다. 단기 임대 계약 탓에 시설투자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어서다.
장윤철 병원장은 "우송대 측에 병원 운영 측면에서 장기계약을 희망한다고 전달했지만 아직 답변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병원을 신축할 만한 의료부지나 층당 300평 이상의 병원이 들어갈 만한 큰 건물이 필요하다"면서 "공인중개사를 통해 의료부지나 오래된 건물이라도 매입하려 하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전시나 동구 등 지자체 차원에서 시유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오 모씨(42)는 "뉴스로 이번 대형화재로 희생된 시민들을 보면서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대전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화재 예방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화재 발생시 부상자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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