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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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격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 승인 2022-09-28 08:44
  • 수정 2022-09-28 11:21
  • 신문게재 2022-09-29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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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일 부장
국격(國格)은 나라의 품격을 말한다. 특정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대접을 받는지로 가늠된다. 정치권에선 이와 관련한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잇단 해프닝 때문이다

영국에선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전날 웨스트민스터 홀 참배가 불발되자 조문 취소 논란이 일었다. 야당은 다른 나라 정상은 조문했는데 윤 대통령은 패싱 당했다며 발톱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교통 상황 때문에 영국왕실 안내로 이튿날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사달이 난 뒤였다.

미국에서도 소동은 이어졌다. 이번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뇌관이 됐다.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한 직후 행사장을 나오면서 한 말이 발단이 됐다.

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쪽 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이 한국 취재진에 포착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야당으로부터 '외교참사'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순방을 두고 "국격이 무너진 일주일"이라며 맹공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익에 반하는 정쟁에 몰두한다며 반격한다. 양쪽 주장은 180도 다르지만 전제는 같아 보인다. 모두 높아진 우리 국격을 기저(基底)에 깔아 놓은 것이 틀림없다. 야당은 한국의 위상이 윤 대통령 때문에 흠집났다는 비판이다. 반면 정부 여당은 억지 프레임으로 야당이 되려 국격을 깎아내린다며 펄쩍 뛴다.

우리 국격은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전쟁 직후 1인당국민소득(GNP)은 67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3만 달러를 넘었고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다. 70년 만에 공여를 받는 나라에서 공여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처럼 높아진 우리 국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낙제점 수준인 균형발전 분야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선진국 최고수준이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2년 전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한 30-50클럽(1인당 GNP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7개 국가) 수도권 집중도 자료에서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51.8%, 일자리 49.7%가 국토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몰려 있어 1위다.

미국은 GDP 0.7%, 일자리 0.5%에 그쳤고 독일의 경우 GDP 4.4%, 일자리 4.5%, 이탈리아도 GDP 11.2%, 일자리 10.6%에 그쳤다. 2위 일본 역시 GDP 33.1%, 일자리 30.8%로 우리와 격차가 컸다.

여기에서 수도권 쏠림이 덜한 나라들이 우리보다 국격이 낮다고 할 수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미·영·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도 만만치 않은 힘이 있다.

수도권만 잘산다고 해서 반드시 국격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음이 증명된 대목이다. 전 국토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강대국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4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로드맵을 속히 내놔야 한다. 수도권대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에 따라 고사위기에 몰린 지방대를 살리는 대책도 시급하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균형발전이 바로 국격이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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