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
'초등학교 글쓰기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 초등 1학년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그림일기에서 글 일기로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아직 어린(초1) 아이들에게 글쓰기 선행학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1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 그림일기 대신 글 일기로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부는 설명이 필요하다.
얼마 전 시골학교에 시 창작 교실 특강을 다녀왔다. 전교생이 37명인 학교는 학생들의 관계를 보니까 가족 같았다. 저학년인 1·2·3학년을 한 모둠으로 만들고 고학년인 4·5·6학년을 한 모둠으로 만들어 이틀 두 시간씩(한 모둠 당 40분) 진행했다. 나의 고민은 저학년에 있었다. 저학년 글쓰기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지 않고, 책과 함께 노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이런저런 고민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 아이들과 사물을 보고 시 한 편 써 볼 수 있을까부터 제목, 글감, 주제에 대해 글쓰기의 이론이 아닌 다른 것을 빌려와 설명해야 하는 것까지. 결국은 저학년 시 창작 수업을 포기한다는 말을 못한 채 약속한 특강 날이 밝았다.
먼저 음식 이야기를 꺼내 재료를 말로 찾아보고, 그 재료를 한 명씩 시켜 시장을 보게 하고 말한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했다. 물론 어떤 요리를 할까 추천도 받고 나온 요리에 대해 투표까지 진행해 한 가지(치킨)를 선택했다. 아이들 반응은 좋았다.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자신이 직접 데리고 온 재료를 잡아 말로 요리를 시켜서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저학년의 시 창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
요리에서는 그냥, 그냥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재료를 잡은 것으로 요리를 할 수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 재료가 필요하고 그 글에는 주제도 생각해야 하고 제목인 얼굴도 잘 달아야 하는데 난감했다. 더불어 시를 쓰고 그 시에 대해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상관없이 그림으로 시를 설명하라고 이야기했다.
고학년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물들을 꺼내 시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 저학년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고민의 중심이 되었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형형색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자신이 생각한 사물에 마음을 담아 시를 쓰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잘했고 못 했고를 떠나 그림 그리는 모습이 시를 쓸 때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지금이라도 초등학생들에게 일기 대신 그림일기를 그리게 하면 어떨까. 무엇이 그리 급해 초등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글 일기로 바꾸는 걸까. 그림이 아이들 정서나 어른들 정서를 두고 보아도 도움이 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그림은 글보다 훨씬 안정감을 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 일기로 표현한다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보아도 좋다. 글 일기는 중학교에 가서도 늦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 중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에 가면 더 많은 교과과목이 있어 힘든데 그래도 일기 검사를 하지 않아서 좋고 일기 쓰라는 말 듣지 않아서 좋다"고… 일기를 글만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기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그랬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