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일기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일기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 승인 2022-09-28 15:24
  • 수정 2022-09-28 15:25
  • 신문게재 2022-09-29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희정=미룸갤러리관장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초등학교에 강의를 나가면 '글쓰기'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아이들이 글쓰기를 한다거나 시를 쓴다고 하면 거부감부터 보인다. 원인을 찾아보면 일기에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일기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글이 아니라 숙제 중 하나라고 이미 각인된 상태다. 오죽하면 글을 쓸 때마다 얼마나 써야 하냐고 분량을 질문하겠는가. 일기는 글쓰기를 떠나 아이들에게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의도를 살려내지 못하고 숙제가 되고 끝내는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그것도 아니면 한 번이라도 써야 한다는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매일 쓰는 것이 일기인데 아이들과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몇 번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니 일기의 현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학교풍경이다.

'초등학교 글쓰기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 초등 1학년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그림일기에서 글 일기로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아직 어린(초1) 아이들에게 글쓰기 선행학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1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 그림일기 대신 글 일기로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부는 설명이 필요하다.

얼마 전 시골학교에 시 창작 교실 특강을 다녀왔다. 전교생이 37명인 학교는 학생들의 관계를 보니까 가족 같았다. 저학년인 1·2·3학년을 한 모둠으로 만들고 고학년인 4·5·6학년을 한 모둠으로 만들어 이틀 두 시간씩(한 모둠 당 40분) 진행했다. 나의 고민은 저학년에 있었다. 저학년 글쓰기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지 않고, 책과 함께 노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이런저런 고민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 아이들과 사물을 보고 시 한 편 써 볼 수 있을까부터 제목, 글감, 주제에 대해 글쓰기의 이론이 아닌 다른 것을 빌려와 설명해야 하는 것까지. 결국은 저학년 시 창작 수업을 포기한다는 말을 못한 채 약속한 특강 날이 밝았다.

먼저 음식 이야기를 꺼내 재료를 말로 찾아보고, 그 재료를 한 명씩 시켜 시장을 보게 하고 말한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했다. 물론 어떤 요리를 할까 추천도 받고 나온 요리에 대해 투표까지 진행해 한 가지(치킨)를 선택했다. 아이들 반응은 좋았다.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자신이 직접 데리고 온 재료를 잡아 말로 요리를 시켜서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저학년의 시 창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

요리에서는 그냥, 그냥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재료를 잡은 것으로 요리를 할 수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 재료가 필요하고 그 글에는 주제도 생각해야 하고 제목인 얼굴도 잘 달아야 하는데 난감했다. 더불어 시를 쓰고 그 시에 대해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상관없이 그림으로 시를 설명하라고 이야기했다.

고학년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물들을 꺼내 시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 저학년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고민의 중심이 되었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형형색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자신이 생각한 사물에 마음을 담아 시를 쓰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잘했고 못 했고를 떠나 그림 그리는 모습이 시를 쓸 때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지금이라도 초등학생들에게 일기 대신 그림일기를 그리게 하면 어떨까. 무엇이 그리 급해 초등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글 일기로 바꾸는 걸까. 그림이 아이들 정서나 어른들 정서를 두고 보아도 도움이 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그림은 글보다 훨씬 안정감을 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 일기로 표현한다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보아도 좋다. 글 일기는 중학교에 가서도 늦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 중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에 가면 더 많은 교과과목이 있어 힘든데 그래도 일기 검사를 하지 않아서 좋고 일기 쓰라는 말 듣지 않아서 좋다"고… 일기를 글만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기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그랬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빵축제 내년에는 원도심서 연다…시민참여형 축제로
  2. "아산시, 국화로 물들다", '제26회 아산시 국화전시회 개최'
  3. 대전역세권 개발 또 원점… 메가충청스퀘어가 공공기관 부지 공백 메우나
  4.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5. 국감 종반전 충청 정치권 중앙행정기관 세종行 이슈파이팅 시급
  1. 사라진 일제 대전비행장… 도솔산·남선공원에 지하시설 남아 있을까
  2. [2026 경제세미나] "AI 시대, 대전만의 차별화와 국가반도체연구소 설립 필요"
  3. [주말사건사고] 대전서 주택·차량 화재 잇따라…충남선 교통·물놀이 사고로 2명 숨져
  4. [사설] 반도체연구소 대전 설립보다 나은 대안 없다
  5. [사설] '부천 소방관 순직' 화재 현장 잇단 참사

헤드라인 뉴스


결혼비용 공개해도 추가금 여전… 공공 스드메가 해법일까

결혼비용 공개해도 추가금 여전… 공공 스드메가 해법일까

#. 지난 8월 결혼식을 올린 30대 박모 씨에게 예식 준비는 선택보다 확인의 연속이었다. 대전과 경기지역 예식장을 비교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가격은 쉽게 알 수 없었다. 비용을 확인하려면 상담 예약을 잡고 직접 찾아가야 했고, 제휴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상품도 세부 조건을 따져볼수록 예상 금액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공공예식장으로 눈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 박 씨는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원하는 방식으로 치르고 싶은 마음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느냐"며 "가격을 투명하게 알려주는 게 먼저지, 저렴한 곳을 찾아가라는 게..

취업 준비에만 月 58만 원… 구직청년 10명 중 7명 "비용부담"
취업 준비에만 月 58만 원… 구직청년 10명 중 7명 "비용부담"

구직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매달 평균 58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거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청년 10명 중 7명이 취업 준비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구직 청년 취업 준비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최근 3개월간 취업 준비에 쓴 월평균 비용은 약 58만 원으로 집계됐다. 자격증·어학시험 응시료와 학원·온라인 강의 수강료, 교재비, 면접 준비비, 교통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부모나 가족이 대신 지불한 비용도 포함됐으며 주거비는 제외됐다. 취업..

충남경찰, `23조 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조직 일망타진…77명 검거
충남경찰, '23조 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조직 일망타진…77명 검거

충남경찰청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대에 거점을 두고 2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도박공간을 개설·유통한 최상위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이들이 개설·분양한 하부 도박사이트들의 운영을 즉각 중단시키고, 국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한 추가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19일 충남청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202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도박사이트 188개를 제작·분양한 최상위 조직 25명과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33명, 도박자 19명 등 77명을 검거했다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 19일부터 대덕대교 부분 통제…왕복 10개 차로 중 5개 차선 통제 19일부터 대덕대교 부분 통제…왕복 10개 차로 중 5개 차선 통제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