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대 아울렛에서 지난 26일 대형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당시 주위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현장에 쓰러진 의인(義人)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박 모씨로 화재현장에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해 현재 건양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수면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박 씨가 입원해있는 중환자실 모습. 김흥수 기자 |
27일 피해 가족과 소방당국, 건양대병원 등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최초로 구조된 방재센터 직원 박 씨는 사고 발생 50여 분 만에 지하 1층에서 구조됐으며, 다른 직원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앞장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연기가 빠르게 차오르며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탈출하지 못했고, 이후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건양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씨는 이송 당시 심정지 상태였으며, 소방대원이 구급차량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현재 질식으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이며,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수면치료를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 의료진은 "지금은 생존 가능성이나 예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중환자실 앞에는 박 씨가 깨어나기만을 기도하는 어머니와 이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박 씨의 어머니인 한 모씨(70)는 "아들이 평소에 의협심이 남달랐다"면서 "화재 발생 후 아들이 주위에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앞장섰다는 얘기를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그런 성격을 알기에 친척들도 그럴 줄 알았고 하더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한 씨는 계속해서 "(의료진으로부터) 아들의 상태가 많이 위중하다고 들었다"면서 "실력있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 살아나 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들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평소 화재예방대책을 마련해 관리를 잘해야지, 매번 이런 대형사고가 터지고 난 뒤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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