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문화점에 '당당치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유나기자. |
지난 7월 대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7%를 찍었다. 고물가가 계속돼 소비자들이 구매에 부담을 느끼자 대형마트는 가성비 즉석조리식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홈플러스는 6월 말 6990원 당당치킨을 출시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2만 원을 넘는 것을 고려하면 최대 3배 가까이 저렴한 셈이었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형마트 들은 가성비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홈플러스는 8월엔 최저 8990원의 통통 롱피자를, 이마트는 5980원의 소시지 피자를 선보였다. 롯데마트도 9월 초 가격경쟁에 뛰어들며 최저 9800원 치킨과 7800원의 탕수육을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대형점포의 가성비 마케팅은 반값 골프공, 반값 가전제품에 이어 '생필품 최저가보상제'까지 확장됐다. 편의점도 2900원 도시락, 4000원 햄버거 등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발길을 끌었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지난달 21일까지 약 46만 마리가 판매됐으며 롯데마트의 7천 원대 탕수육은 이번 달 1~7일간 3만 6천 개 이상, 7천 원대 치킨도 3만 5천 마리 이상 판매됐다. 가성비 상품 인기에 롯데마트의 간편조리식 매출도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대전에 사는 A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 올라 생활비에 허덕이고 있다"며 "퇴근길에 마트에서 저렴한 치킨을 사며 배달비를 아끼고 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략에 프랜차이즈 업계가 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하길용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서구지부 사무국장은 "원자재와 인건비 등이 오르며 자영업자들은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은 받아야 이익이 남는다고들 말한다"며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치킨이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는데, 가맹점주들은 본사에서 책정하는 광고비, 배달 어플 상단 노출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0년 고물가가 지속하자 롯데마트가 내놓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으로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지했다. 또한, 반값 상품에 대해 손님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상품'이란 지적도 있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추고 유통과정을 단순화시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마트에서 직접 조리하며 임대료와 광고비도 들지 않는다. 마트 노조는 반값 마케팅은 노동력 착취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은 다양한 맛으로 선택권을 주는 반면, 대형마트는 단일한 메뉴를 취급하는 차이점이 있다"며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인 한밭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는 "반값 상품으로 소비자는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골목상권이 죽으며 유통 생태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자영업자들과 상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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