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교수 |
한밭대는 지난 6월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장을 선출했고 총장이 임명되면 토론회와 공청회 등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 될 것인데, 총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무리하게 통합논의의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대학 구성원들에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문이라고 해서 통합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간 통합은 지역뿐만 아니라 타지역대학과도 언제든지 논의와 협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론회나 공청회 한번 없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대학의 통합 문제도 응당 총장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 학생, 직원과 동문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며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한밭대에서는 단 한 번의 토론회나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으며 인정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러우며 또한 통합 논의 강행에 따라 발생하는 구성원 간의 갈등에 대한 대책은 있는 것인지도 걱정스럽다.
이러한 배경에는 충남대의 조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충남대는 2005년 충북대, 2006년 공주대, 2011년 공주교육대와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단 한 번의 통합도 이루지 못했다.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면 충남대의 통합 시도가 왜 성사되지 못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충남대의 주도권 잡기에 급급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통합 대상 구성원들이 겪게 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여유와 고려가 전혀 없는 추진 방식은 일방적이어서 자칫 통합 상대에게는 오만하고 독선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
두 대학의 통합을 단순한 사업을 추진하듯이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결국 학생들의 혼란과 각 대학 구성원들의 상처만 불러올 뿐이다. 가장 먼저 두 대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가지고 추진해야 하며 통합 대상에 대해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지난 2월 섣부른 통합 발표가 기사화되며 갑작스럽게 기사를 접한 한밭대 학생들과 충남대 학생들이 SNS상에서 날 선 설전을 벌였던 사례로도 알 수 있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언론 보도와 통합 추진에 깊은 상처를 받은 건 결국 양 대학의 학생들과 교직원 들이었다.
또한, 통합 논의 개시 결정과 통합 결정도 두 대학이 과반이 아닌 각각 2/3 이상의 구성원이 찬성했을 때 진행해야 하며 통합 결정도 마찬가지다. 만약 과반수 찬성으로 통합 논의를 시작한다면 내부 구성원들의 간의 찬반 대립 구도가 더 깊게 형성돼 지역감정처럼 끊임없는 학내갈등을 유발할 것이며 향후 통합 여부를 떠나 오래도록 두 대학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는 지역 거점대학으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훌륭한 대학이다. 하지만 한밭대도 국가의 중심대학으로서 그에 못지않게 건실하고 훌륭한 대학이다. 95년의 역사가 강함을 증명하고 있고 그동안 배출한 9만여명의 동문이 사회 각지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충남대가 한밭대와의 통합을 진정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앞장서서 주도권을 내려놓고 일방적인 통합논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이 통합 대상 대학에 대한 배려, 심지어는 본교의 학생, 교직원들의 의사까지 고려하지 않는 독선적인 통합 방식은 이미 두 대학의 일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고 통합이 극적으로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대학발전에 아무런 성과도 없이 내부에 깊은 상처와 후유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한밭대 총장의 임명 지연에 따라 통합에 대한 의견 수렴 일정을 조정하는 등 상대방 입장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충남대가 먼저 통합을 제안하고 원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밭대는 절대 먼저 통합논의를 시작하거나 충남대의 일방적인 통합논의 결정에 수긍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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