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우리 이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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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우리 이렇게 살아요!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2-09-22 10:57
  • 수정 2022-09-22 19:3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이 삭막하여 사람 살기가 어렵다고 넋두리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 가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은 끔찍한 사건 사고 소식에 세상을 걱정하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온혈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주어 마음이 놓일 때도 많다.

따뜻한 가슴의 불쏘시개 역할은 메마른 세상을 살만하게 해주고 희망을 안겨다 준다.

인간성 부활 불쏘시개 얘기를 했으니 록펠러 자서전을 한 번 일별(一瞥)해 본다.



록펠러는 농산물 도매업, 스탠더드 석유회사 창립, 시카고대학 건립, 금융사업, 록펠러 재단과 록펠러 의학 연구소 건립을 통한 엄청난 금융 소득으로 그는 53세에 세계에서 제일 돈 많은 갑부가 됐다.

그는 건강 문제로 55세에 건강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1년밖에 못 산다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정밀진단을 받아볼 생각으로 큰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 들어서자마자 병원 로비에 걸려 있는 현판 글씨에,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라는 글귀가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선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전율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조용히 명상에 잠기노라니 입·퇴원 수속 접수창구 쪽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휠체어를 밀고 있는 비서를 보내어 알아보고 오랬더니 와서 하는 말이, 어떤 부인이, 중병을 앓고 있는 소녀 병자 딸을 입원 시키러 왔는데, 돈이 없어 안 된다고 거절하는 병원 측과 옥신각신 싸우느라 나는 불협화음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록펠러는 비서에게 누가 지불했는지 모르게 병원비를 지불하고 오라고 했다. 수일이 지난 후에 기적인지, 하늘의 도움인지 위기에 있던 소녀는 완전히 회생이 되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록펠러는 기뻐하며, 세상에 이렇게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뒤에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1년밖에 못 산다던 록펠러의 병이 씻은 듯이 완쾌된 것이었다. 자비를 베푼 록펠러의 선한 마음에 하늘도 감동해서 부메랑의 선물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록펠러는 그 때부터 본격적인, 베푸는 일로, 음지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가지게 하는, 자선사업을 했다.

베푸는 선한 일로 복을 받았는지 1년밖에 못 산다던 록펠러는 98세까지 장수했다.

내 주변 사람 얘기를 하나 해야겠다. 수양아버지의 아들 이명근은 연만하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칭송받는 효자였다. 그는 심성이 착하고 능력도 있는 성실한 사람이어서 인정받는 건설사 소장으로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대형 경기장을 축조했다. 그는 정년퇴임 후에도 인정받는 건축회사 초빙사장으로 가는 곳마다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이 사장은 일 잘 하는 능력만 있는 게 아니라 가슴 따뜻한 효심과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귀감이 되는 인물이기에 그에 관한 일화 한 편을 소개한다. 그는 몇 십 년 전에 세상을 뜬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어머니가 아파트에 살고 계셨다. 그는 외롭게 사시는 친구 어머니를 년 중, 설명절, 추석명절은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곤 했다. 그는 방문 때마다 친구 어머니께 용돈까지 챙겨드리는 일을 매년 해왔다. 친구가 없는 여러 해 동안 해온 일이니 기림의 대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요즈음 세상엔, 저를 낳아 길러 준 부모한테도 이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가슴 느꺼운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부모에 대한 이런 효심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이는 인간상으로 칭송받는 삶을 살았기에 승승장구하는 탄탄대로(坦坦大路)를 걸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 주변엔 칭송받고 복 받을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는 지탄의 대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도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 주변엔 이웃이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아파트에서도 옆집에, 또는 위·아래층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

또 우리 주변엔 허욕에 사로잡혀 만족할 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물욕에 눈이 가려 부모도 동기의 핏줄도 백안시하며 반목질시로 사는 사람도 있다.

시집 장가 간 후엔 부모님을 몰라라 하는 자식도 있고, 부모님 유산 때문에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방불케 하는 형제들도 있다.

또 한편엔 권력이나 돈으로 약자를 어렵게 하는 부류들도 심심찮게 있고, 갖은 수단 방법으로 상대방을 등쳐먹고 사는 만무방들도 있다.

눈을 돌려 보면 각종 교묘한 수법으로 상대방을 알겨먹느라 양심 팔아먹고 사는 쓰레기 같은 족속들도 있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많은 숫자 중 일부이기는 하지만 양지를 갉아먹는 좀 벌레가 양지를 음지로 만드는 것 같아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가슴을 가진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사람들이여!

우리 이렇게 살아요.

아침저녁 만나는 이웃 사람들끼리 우리 인사 나누며 살아요.

풍족하진 못해도 따듯한 가슴으로 우리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요.

우리 어렵고 힘들어도 온혈 가슴으로 서로 손잡고 위로하며 살아요.

과욕으로 버둥대지 말고 우리 조금 부족해도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요.

우리 신뢰하는 마음으로 하나 되어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요.

우리 궁금할 땐 안부라도 묻고 만나서 차 한 잔이라도 나누는 그런 사이로 살아요.

우리 부모자식 형제간에 온혈 가슴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요.

어머니 마음이 그대로 자식의 마음이 되어 서로 챙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우리 혹한에 손 비비며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외투가 되고 장갑이 되어 살아요.

우리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울타리가 되어, 의지하며 살아요.

우리 따듯한 가슴으로 하나 되어 록펠러처럼, 이명근 소장처럼 살아요!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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