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전북 현대와 비셀 고베와의 경기는 치열했던 경기보다 골 세리머니가 큰 화제가 됐다. 현장 후반 추가시간 상대 수비수의 공을 가로 첸 전북 문선민이 골을 넣은 뒤 일본 관중들 앞에서 양팔을 접었다 피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일본 축구팬들은 문선민의 독특한 세리머니를 신기해하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선민이 골 세리머니를 선보인 장소는 2010년 5월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에서 박지성이 결승골을 넣고 '산책 세리머니'를 펼친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골을 넣은 박지성은 일본 응원단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듯 천천히 달렸다.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일본 축구팬들은 치욕으로 받아들였고 반면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축구 한일전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월드스타 손흥민은 지난 시즌 골을 넣은 뒤 양손을 모아 사진을 찍는 골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다. 일명 '카메라 세리머니' 대해 손흥민은 "골을 넣은 즐거운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기억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인상 깊은 골 세리머니를 꼽으라면 2002 한일월드컵 미국과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선보인 '스케이트 세리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 안정환은 골을 넣은 직후 동료들과 함께 스케이트 코너링을 연상시키는 골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같은 해 열린 미국 솔트레이크에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김동성이 미국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뺏긴 모습을 재연한 장면이었다.
안정환의 골 세리머니는 '쇼트트랙 오노 사건'으로 허탈함에 억눌려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훗날 미국 CNN방송이 선정한 세계인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는 골 세레모니 10장면(The Most Memorable goal Celebrations)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골 세리머니는 승리 팀에는 결승골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패한 팀에는 치욕스러운 기억을 심어주기도 한다. 간혹 과도한 골 세리머니가 양 팀 팬들의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선수들이 과도한 골 세리머니로 경기를 지연시키거나 팬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다만 축구의 흥행을 위해 어느 정도의 범위 한해서는 허용하고 있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어떤 골 세리머니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화제가 될지 기대된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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