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되는 여왕의 관 |
비단 이곳뿐만 아니었다. 런던 템스강 연안 인근 등 여왕의 관이 마지막으로 운구되는 거리에 마다 운집한 인파로 그 끝을 가늠키 어려웠다. 백발 노파에서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고사리손을 엄마에 맡긴 아이, 파란 눈과 곱슬머리, 피부색이 영국인과 다른 동양인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었다.
2022년 가을 런던에서의 추모 열기는 체감 수은주가 한 자릿수로 내려가 제법 쌀쌀해진 날씨를 녹이고도 남았다. 어느 곳에서 태어났든 지금 어느 곳에 누구와 살던지 중요하지 않게 보였다. 인종, 성별과 나이를 떠나 이 순간만큼은 전 세계 자유와 평화 상징인 여왕에 대한 애도와 추모로 하나가 된 것이다.
장례식 전날 밤 그린파크 안의 광경도 사뭇 다르지 않았다. 족히 수명이 수백 여년이 될 법 보이는 아름드리 나무에는 전 세계인들이 여왕에게 주는 조화의 물결로 파도를 쳤다. 다소 투박하지만 여왕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며 그린 듯한 동심(童心)이 녹아 있는 초상화와 'Thank you majesty'(감사합니다 폐하)로 시작하는 손편지도 눈에 띄었다.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
장례식 후에는 조문록을 작성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썼다.
또 "여왕과 동시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영국 런던=강제일 기자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운구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영국 에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에 모여드는 시민들 |
윤 대통령의 조문록 작성 일정이 재조정되면서 국내 일각에서 '외교 홀대' 논란이 이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수석은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를 위한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치 우리가 홀대받은 것처럼 폄하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잘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영국 마지막 일정으로 런던 한 호텔에서 빅터 스위프트(88)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하면서 "덕택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윤대통령은 런던을 떠나 대서양을 8시간가량 횡단해 현지시각으로 19일 오후 8시 30분께 뉴욕JF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2박 3일 동안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 한일 양자회담을 갖는다. 영국 런던·미국 뉴욕=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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