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덕영 작가 “덧칠하고 쌓아올리고... 극한의 몰입 자체가 치유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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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덕영 작가 “덧칠하고 쌓아올리고... 극한의 몰입 자체가 치유 과정이죠”

15일~10월 4일까지 미룸갤러리서 개인전
겹겹이 쌓는 펜작업 통해 상실감·기시감 표현

  • 승인 2022-09-19 17:17
  • 수정 2022-09-19 17:22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덕영작가
이덕영 작가
"펜을 덧칠하는 과정에서 극한의 몰입을 경험해요. 자연에서 얻는 영감을 반복적인 터치로 결을 살려 그린 또 다른 이미지로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덕영 작가(33) 작품은 기존에 알던 바다의 물결도 산의 모습도, 건물의 형태도 아니다. 물결이지만 또 다른 패턴으로, 바다를 보면서 빌딩 숲을 연상케 하는 등 이질감을 자극한다.

대전 동구 미룸갤러리는 15일부터 10월 말까지 '젊은 작가 두 사람展'을 주제로 대전 출신 작가의 릴레이 개인전을 선보인다.

첫 번째 전시 주자인 이덕영 작가의 개인전은 15일부터 10월 4일까지 20일가량 이어진다. 100호부터 2호까지 네 군데의 전시 공간에 16 작품을 내걸었으며, 지난해 경험했던 여행 이전과 직후의 작품들도 구성했다.



전시 오픈 날인 15일 오후 갤러리에서 만난 이 작가는, 작품에서 느껴질 법한 섬세함과 달리 큰 키와 체구에 소탈하고 수수한 30대 청년 자체였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예전 만화책의 그림기법을 닮아있다. 제소를 긁어내고 덧칠하거나 펜으로 선을 겹겹이 쌓아 올려 또 다른 형체로 완성 짓는다.

이덕영작품-1
9월 15일부터 10월 4일까지 대전 미룸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덕영 작가 전시모습.<사진=한세화 기자>
작가는 "회화작업을 해오면서 줄곧 '내 작업인가'에 관한 의문으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느끼던 중, 펜 작업이 손에 착 감기는 경험을 계기로 지금의 작품 성향으로 이어졌다"며 "그림 속 흑과 백에서 드러나는 강약과 과정에 방점을 찍고, 작품 활동에서 오는 극한의 몰입이 치유의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1990년생인 이덕영 작가는 목원대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2016년 '산책'(대전 우연갤러리)를 비롯해 2019년 '비만도시'(대전 아트스페이스128), 2020년 아트랩대전 '깎여진 공간'(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프로젝트룸), 2021년 '표류여행'(아트스페이스 128) 등 개인전을 선보였다.

이덕영작품-2
올해는 대전창작센터에서 연 '페이지 너머'와 '사물의 물결'(서울 갤러리 밈), '튜링 테스트 : AI의 사랑 고백'(서울대학교미술관), '그리다, 꿈꾸다'(대전아트센터 쿠)를, 2020년 '시각시각'(미룸갤러리), 문화공간기획전 틔움'(대전 K-water 본사), 2019년 어린이미술기획전 '스르륵 美→來'(대전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기획·단체전에도 참여했다. 현재 청주미술창작 스튜디오에서 장기 작가로 레지던시 활동 중이며, 내년 3월까지 유지한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는 매우 복잡한 구조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매우 단순한 구조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매일같이 사람들은 일상에 무언가를 상실해 가기 때문"이라며 "감정과 물질, 이념과 사상, 그리고 사람을 잃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일상은 보이지 않는 상실로 가득 차 있는 미완성 공간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작품 의도를 언급했다.

전시작 가운데 '두 기둥'은 도시에 즐비하게 늘어선 나무와 전봇대의 반복적인 모습을 통해 자연이 인공물 취급을 받는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지난해 말 다녀온 여행 이후 작품성향이 크게 변했지만, 아직 정착하지 못한 '현재 진행형' 상태"라며 "정립되는 느낌을 찾을 때까지 정진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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