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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남성 A씨는 잦은 이직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했다. A씨는 집중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업무상 실수를 자주했고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상사와 동료들에게도 충동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해서 갈등을 빚곤 했다. 사실 A씨는 초등학생 때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지 못했고, 숙제를 미뤄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종종 혼나는 유년기를 보냈었다. A씨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뒤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주의 집중력이 개선됐고, 새로운 직장에도 잘 적응하면서 우울감도 함께 호전됐다.
과거에는 ADHD를 소아기 질환이라고 여겼지만, ADHD 아동 3분의 2가량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4.4%로 추정되는데, 국내 환자 치료율이 1%에 못 미칠 정도로 저조했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6년부터 진단 및 치료가 크게 늘었다. ADHD 증상은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지만 증상 발현 양상에 개인차가 크며, 성장에 따라 과잉 행동은 줄어들고 부주의와 충동성 증상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워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대화를 유지하기 힘들고, 책을 읽고 공부할 때 딴 생각에 쉽게 빠져들고,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해진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잃어버리고, 약속, 마감 날짜, 앞으로 할 일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과 생각을 말해서, 눈치 없고 경솔해 보이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생활에서 종종 불화를 겪고 자녀를 양육할 때 인내심을 갖기 어려워한다. 스스로 의심이 된다면 가장 간단한 선별도구로 성인용 ADHD 자기-보고 척도(ASRS)를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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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불안장애, 알코올과 같은 물질 사용 장애, 기분 장애 등을 함께 앓는다. ADHD 증상으로 인해 자주 실패하고 대인관계에서 거절을 경험하여 우울해지고 불안해질 수 있다. 불안과 기분 저하를 완화하고자 충동적으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남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존 질환에 대해서만 치료하고 ADHD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ADHD 치료를 하면서 공존 질환이 함께 호전되지만, 공존 질환 치료도 병행해야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성인 ADHD 환자는 1차 치료로 약물요법이 권장되며, 메틸페니데이트 서방형 경구제(콘서타)와 아토목세틴 경구제(스트라테라)가 국내에 허가돼 있다.
약물과 함께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DHD 환자들의 약점인 시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인지행동 치료 회기를 갖는데, 목표를 세우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공하면 스스로 보상하는 훈련을 한다. 또, 충동조절을 위한 전략을 소개하고 연습하도록 하여, 환자가 멈추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ADHD 특유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인식하게끔 하고 의사소통기술을 교육할 수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발산적인 사고에 능하고 창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역사적 인물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이 ADHD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스로 성인 ADHD 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사례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치료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서 창의성이 저해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이 점은 안심하고 약을 복용해도 괜찮다 .
곽숙영 전문의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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