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정맥 치료하는 동생, 동맥 치료하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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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정맥 치료하는 동생, 동맥 치료하는 형

  • 승인 2022-09-22 14:09
  • 수정 2022-10-26 11:28
  • 신문게재 2022-09-23 19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문윤수 교수
문윤수 교수(을지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과)
"형, 저 토요일에 유튜브 ○○○에서 라이브 합니다!"

"그래? 거기 구독자가 100만 명 넘는 곳 아닌가? 대단하다! 축하한다!"

"정확히는 116만 명입니다! 꼭 봐주세요!"

나와 20년 지기이자 친동생과 같은 후배는 영상의학과 의사다. 주로 초음파 같은 검사를 직접 시행하거나 CT, X-ray 같은 영상검사 판독이 영상의학과 의사의 주된 업무이지만, 후배는 그중에서 인터벤션이라는 혈관중재시술을 전문으로 한다. 후배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해 이제는 작은 정맥 질환, 흔히 말하는 하지정맥류를 포함하는 정맥순환부전으로 발생하는 통증 치료에 대한 전문가로서 성장했다. 이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정맥순환장애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치료까지 명강의를 펼쳤다. 나도 최근까지 잘 몰랐던 정맥순환부전에 대한 것은 여러 의료진마저 간과하는 분야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수많은 통증으로 고생하며 여러 전문과목 치료를 전전하다 마지막 최후의 보루로 치료를 하는 질환이다.



"형, 저 환자를 직접 보는 의사를 해야 했나 봐요. 지금 하고 있는 영상의학과가 저한테 맞는 걸까요?" 본인이 하고 싶어 하던 영상의학과 전공의에 합격해서 기뻐하던 후배가 전공의 2년차 중반쯤 연락이 왔다. 의대 봉사동아리를 통해 친해져 호형호제하는 후배의 전공과목에 대한 고민 상담이었다. 당시 나는 외과 전문의가 돼 군복무를 대신해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후배보다 딱 4년 먼저 전공의 과정을 끝내고 얼마 인생을 더 살아본 것도 아닌데, 후배를 위해 조언을 해줘야 했다.

"동생아! 지금은 환자에 대한 영상을 보고 검사를 주로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환자들을 위해 도움 되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란다. 꼭 환자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훌륭한 영상의학과 의사가 되면 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라고 형은 생각한다."

나의 조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훌륭한 영상의학과 교수님들, 스승님들의 도움 덕분인지 후배는 전공의 4년간의 과정을 잘 마무리하고 본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영상의학과 의사로 성장했다. 이제는 유명 유튜브에서도 자신 있게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정맥순환부전에 대한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후배는 유튜브 강의 초반 본인을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전문의, 미국 혈관초음파자격의, 그리고 정맥통증학회 학술위원으로 자신 있게 소개했다. 강의를 보고 있자니 진료실에서 본인 전문 분야, 즉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초음파와 여러 영상기기를 이용해 환자들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작은 정맥이라도 찾아 치료하는 후배의 모습이 그려졌다.

혈압이 뚝뚝 떨어진다. 신속히 검사한 CT에서 복부 내 여기저기 출혈, 천공 소견이 보인다. 간 깊숙한 곳에서 출혈이 되는 것은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혈관색전술을 시행했다. 다음 차례로 십이지장 천공과 복부 여러 부위 출혈은 개복하는 수술을 즉각적으로 시행했다. 바닥을 널뛰는 환자의 혈압을 보면 암울하였지만, 여러 의료진의 손을 모아 환자는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이처럼 내가 하는 것은 주로 중증외상환자의 몸속에 출혈 부위, 주로 동맥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에 반해 후배의 역할은 작은 정맥이라도 환자의 고통을 유발하는 것을 찾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생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비록 끊어진 동맥에서 출혈로 문제 되는 것도 있지만, 동맥순환부전으로 인해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질 만큼의 고통을 유발한다면 이 또한 의사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이다. 한때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고민으로 영상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고민하던 후배가 이제는 환자의 정맥순환부전을 치료해 주고 있다. 유튜브에서 정맥순환부전 명강의를 하던 후배는 환자의 작은 고통이라도 최선을 다해 찾아 치료해 주려 노력하는, 형보다 나은 의사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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