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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AP=연합뉴스 |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이다. 백범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암살단의 타깃은 조선 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다. 한편, 누군가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데….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펼쳐지면서 관객은 손에 땀을 쥔다. 1,000만 관객 흥행 돌파를 이룬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독립군에서 친일파로 변절한 염석진으로 열연한다.
그 이정재가 이번엔 <오징어 게임>으로 대망의 에미상을 받았다. 그것도 최고 영예인 남우주연상을. 명실상부 세계적 배우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로써 가뜩이나 열풍인 한류의 확산은 BTS(방탄소년단)와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의 한류 트라이앵글(triangle)을 완성시켰다.
이들의 선전은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이라는 또 다른 부수적 효과까지 생산했다. '오징어 게임' 하나만 보더라도 경제적 효과는 무려 1조 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권은 여전히 격돌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또한 북한의 김정은이 '비핵화 절대 불가법'을 만들면서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고 비핵화를 위한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상의 협박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언필칭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부와 정당(여야 모두)의 정강(政綱)에도 모순이며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우크라이나가 파죽지세(破竹之勢)의 반격으로 6000㎢, 즉 '서울의 10배' 영토를 되찾았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반가웠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미국과 첨예하게 부딪치는 중국, 70년 분단의 북한은 공산주의라는 공통점을 가진 국가다. 이들 지도자는 또한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등 무자비한 독재의 사슬로 무장한 공포의 집단이다.
이들 사이에 마치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우리는 따라서 항상 국방력 제고와 함께 국익을 위해선 여야 간 정당 논리의 합종연횡(合從連橫)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요컨대 토고납신(吐故納新)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는 묵은 것을 토해내고 새것을 들이마신다는 뜻으로, 낡고 좋지 않은 것을 버리고 새롭고 좋은 것만 받아들이는 기공(氣功) 요법의 하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왕은 바람이고, 백성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라고 했다. 예부터 왕이 좋은 정치를 하면 백성이 복종한다는 의미이니, 좋은 뜻이다. 이런 나라는 도불습유(道不拾遺)의 건강한 민심이 또 다른 힘이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가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법이 잘 지켜져 나라가 태평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렇지 못한 경우엔 어찌 될까. 그야말로 한야독작유회(寒夜獨酌有懷)의 처지가 될 것이다.
이는 '추운 밤에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느낀 바 있다'라는 뜻이다. 술이란 가까운 벗이나 사랑하는 대상과 마셔야 제맛이다. 그런데 혼자서, 그것도 추운 밤에 넘기는 쓰디쓴 술이라고 한다면 어지러운 세상사에 설상가상 잔채질(포교가 죄인을 신문할 때에, 회초리로 연거푸 때리던 일)까지 당하는 느낌이 더욱 강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경우, 에미상은커녕 돌아가신 에미(어머니)조차 뒤돌아보지 않으실 것이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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