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교수(충남의대 재활의학과) |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런 홍보 문구는 보이지 않고, 정부도 이처럼 높은 강도의 이동제한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른 고속도로 통행량은 직전 명절인 설날에 비해 100만대 이상 늘었다.
명절이 며칠 지난 후에 외래진료하면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아프다고 주부나 할머니들이 오시곤 한다. 의사로서 당연히 명절이라도 가능한 일하지 말고, 제사 준비도 간단하게 하거나 시장에서 구매해서 하시라고 권한다. 특히 전은 절대로 집안에서 만들지 말고 시장에서 살 것을 권했다. 할머니 비중이 높은 내 환자분들이 추석이나 설날이 지난 후에 허리, 무릎 아파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인 난 '전 부치기'를 그 원흉이라고 판단해서 절대 전은 만들지 말라고 권해왔다. 명절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이 '전'이라면서….
가정 내에서 전을 부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소고기를 다지고, 대파, 당근, 양파, 고추 등 채소 다지기, 두부를 으깨고 여러 가지 양념 더하고, 이렇게 만든 소를 계란물을 입히고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작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차례상 전은 깻잎전, 동그랑탱, 녹두전, 호박전, 동태전, 두부전, 육전 등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작업은 바닥에 쭈그리고 오랫동안 앉아서 하기에 무릎과 허리에 많은 부담이 생기고, 정신없이 일할 때는 모르지만 지난 후에는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차례상 준비, 귀향한 친지들 대접과 그 뒤처리로 명절 후에는 가정불화가 심해져서 이혼이 증가한다고도 한다.
다행히 이런 나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지 한국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의 의례정립위원회는 올해 9월 5일 밤, 사과, 배, 감과 3색 나물, 구이[炙], 물김치, 송편 그리고 술 등 여섯 종류, 아홉 접시만으로 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 즉 전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정말 다행이다. 이번의 성균관의 권고대로 올해 추석 차례상 음식에서 전이 빠졌다면 추석 후에 어르신들의 병원 진료량 감소로 병·의원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추석이 좋다. 아픈 사람이 없는 추석이 좋다. 음식 준비로 힘들어서 가족간 불화도 없는 추석이면 더 좋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추석 사흘 전에 발표했다. 안전한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 특히 일률적인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이기 때문에 진단 검사부터 확진 이후 치료까지 모든 의료 유형에 불편하지 않게 준비한다고 한다. 밀접접촉자는 한때 2주간 격리하다가 현재는 많이 완화됐고, 무증상환자 역시 1주로 상대적으로 짧게 격리를 하고 있다. 5월 2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최근 9월 3일부터는 입국할 때 음성확인서 제출을 면제하기 시작했다. 제가 치료하는 입원환자 중에 음성 접촉자는 격리는 하지만 의료진이 병실 내에서 가능한 많은 재활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기 발생한 2020년에 느꼈던 공포감도 현저히 줄었다.
이제 추석이 지났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시기에 코로나 발생하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라는 무거운 짐을 우리 모두의 어깨에서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전 부치다가 허리 아프고, 무릎 아파도 의사들이 잘 치료해주면 된다. '전' 무서워하지 말고 내년 추석에는 가족들이 다시 모이고, 자식도, 손자도 보고 싶다. 국내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가고 싶다.
온 국민이 내년 설과 추석에도 가족들 모두 모여서 즐겁게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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