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가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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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가위 풍경

김기태 / 수필가

  • 승인 2022-09-15 17: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통으로 내려오는 한가위는 우리 고유 명절 중 하나다.

꿈을 찾아 도시로 나와 한 세월 다 지나갔지만 어릴 적 기억나는 것은 기차를 타고 오는 귀성객들의 모습이었다.

우리 고향은 장항선 종점인 장항역 직전 두번째 역인 판교역이다. 그런데도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차는 맨 앞 기관차의 빈 공간에도 사람이 타고 객차 지붕 위에도 승객이 있었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고향 위 아래로 기차 굴이 두 개나 있어 이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말이다. 어렸지만 그 부분이 항상 궁금했었다.



장항을 지나 군산으로 내려가는 승객을 감안해도 엄청난 귀성객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우리 동네로 십리 길을 걸어오는 행렬은 멀리서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다. 고향을 찾는 이들 모두 양손에 선물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앞집 6남매, 아랫집에 8남매 그리고 집집마다 도시로 나갔던 자식들이 들어오면 집안은 시장처럼 시끄럽고 밤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제들도 결혼해서 식구가 늘어나 함께 모이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도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분가해 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벌초도 이제는 직접하는 것보다 대행업체의 손을 빌려 대행시키니 고향에서 어릴 적 뛰놀았던 친구 만나기가 어렵게 되었다. 묘 한 기에 오만 원하던 벌초대행비도 10만원으로 올려 받는다. 민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묘역이 넓으면 추가 요금을 요구하니 부모님, 조부모님 벌초비도 50만원을 넘어가 부담이 되는 일이다.

고향에 젊은이가 줄어드니 갈수록 벌초 대행비는 늘어날 추세다. 어릴 적 추억은 생생한데 친구 얼굴 본지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살아온 모습이 이렇게 변해 가는데, 우리 손자는 나이 들어 고향에 찾아올까 염려가 된다.

제사상도 많이 변하는 것 같다. 요즘 추세가 명절에 제사상 차리기에 주부들이 힘이 든다고 명절 증후군이란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여 올 추석에는 상 차리는데 수저 포함 11가지로 하자고 발표를 해서 주목을 받는다.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우리 삶도 예외는 아니지만 우리 제사 문화도 많은 변천을 하게 되었다. 노비 제도가 폐지되면서 할아버지까지 지내던 제사도 양반들이 하던 고조할아버지까지 지내게 되었고, 제사상에 정한수 대신 청주를 올리는 것도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 생활에 스며 든 현상인데, 우린 그것이 우리의 전통인양 생활화 하고 있었다.

이번에 성균관에서 발표한 제사상 간소화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은 옛 양반들이 생활화 했던 의로운 생활을 계승발전 시켜야 하는데 현실에 우리는 삶의 가치 기준이 재물을 소유한 것으로 평가를 하니 우리 삶이 삭막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성균관에서 이런 부분도 함께 우리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계몽을 하였으면 한다.

이제 시골에 있는 집들은 빈집으로 변해간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 되어 인구 감소는 또 하나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예전에는 인구가 시골에 70% 도시에 30%로 분포되어 시골 사람들이 도시 사람을 먹여 살렸는데 이제는 거꾸로 되었다. 30%인 시골에도 공단을 제외하면 농사짓는 순수 시골 사람은 더 줄어들어 군 면이라는 행정단위조차 존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5년이 지나면 사람 구경하는 것조차 어렵도록 마을이 텅 빌 것 같은데 정치권은 대안도 없이 분탕질만 하고 있어 한가위는 더 쓸쓸하게 느껴져 서글픔만 남는다.

김기태 / 수필가

김기태 수필가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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