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패러디의 즐거움 '육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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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패러디의 즐거움 '육사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9-15 15:29
  • 신문게재 2022-09-16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화육사오
이 영화는 유쾌합니다. 3년여 코로나19 사태로 찌들 대로 찌든 관객들의 심사를 즐거움으로 바꿔 냅니다. 실상 이렇다 할 스타도, 블록버스터급 액션도 없습니다. 게다가 여성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군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패러디 전략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텔레비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 등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작품의 틀과 에피소드, 캐릭터를 모방하면서 한편으로 다르게 비틀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곳으로 관객들을 힘있게 끌고 갑니다. 비슷한 포맷의 영화들이 연속되면서 모방과 변주를 보여주는 것을 장르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장르의 영화들은 이른바 형식(formula), 관습(convention), 도상(icon) 등에서 공통된 특징을 지닙니다. 관객들을 익숙한 장르적 분위기와 스토리, 주제 속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익숙함을 비틀어 예기치 못한 웃음으로 관객을 유도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비장합니다. 남북 병사들의 실패한 우정이 오히려 그 비장함을 더합니다. 끝내 확인하고야 마는 것은 분단의 비극성입니다. 여기에 이병헌, 이영애, 송강호, 신하균 등 스타들의 출연과 남한, 북한, 스위스, 미국 등 당국의 경합은 대작의 분위기로 이끌어 관객을 압도합니다. '사랑의 불시착'(2019)은 스타들의 로맨스입니다. 손예진, 현빈은 분단의 벽을 넘어 사랑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육사오'의 캐릭터들은 욕망하는 존재들입니다. 이념을 넘어선 우정이나 목숨을 건 사랑이 아니라 로또 한 장에 걸린 57억의 거액을 쟁취하거나 분할하려는 욕망 투쟁의 인물들입니다.

분단의 비극성이나 사랑의 숭고함이 스타들의 몫이라면 일확천금에 대한 욕망 투쟁은 대단치 않은 하급 간부, 병사들과 관객 대중들이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친근하며 사람 냄새 나는 진실일 수 있습니다. 마치 '춘향전'의 지고한 열부(烈婦) 사상이나 <흥부전>의 우애 같은 유교적 이데올로기보다 기생의 딸에서 정경부인으로의 신분 상승, 제비가 물어다 준 것일망정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욕망 실현이 서민 독자들에게 훨씬 호소력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 무모하며, 때로 찌질하며, 또 때로는 상대편의 욕망에 공감하고 연민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에 마음 터놓고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또한 그러합니다. 패러디의 본질이 모방을 넘어 비틀기에 있음을 이 영화는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제 웃을 때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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