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바름 기자 |
#두 달 전, 발을 다쳐 둔산동에 있는 모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다들 병문안을 와줬는데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한 상황이 벌어졌다. 병원 내 주차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이용객 외에 방문객들은 절대 주차를 할 수 없다는 이상한 규칙 때문이었다. 인근에 주차타워가 있었지만 항상 만석.
가까운 곳에 주차할 곳이 없어 병문안 온 지인들은 인근에 있는 백화점 주차장에 주차하고 몇 미터를 걸어와야만 했다. 건물 주차장 관리자는 '10분'도 허락해주지 않았는데, 생필품을 전달하러 온 지인은 물건만 전달하고 5분 만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 어느 날은 청주에 사는 후배가 대전으로 놀러 와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갈마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희한하게 주택가 쪽에 식당과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 난감한 곳이기도 하다. 당연히 후배가 차를 갖고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수였다.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후배가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걸었는데 후배가 저 멀리서 뜬금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나타났다. 알고 보니 주차할 곳이 없어 약속 장소보다 먼 거리에 차를 대고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고 온 거다.
요즘 자치구마다 얘기를 들어보면 민원 1순위는 '주차문제'다. 최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단속 강화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면서 주차난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공영주차장 확대가 필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차 면수 1면당 1억 원이 소요돼 자치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공영주차장 조성이 어려워 '부설 주차장 개방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회나 학교 등 협조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장기 주차 문제로 꺼리는 곳들이 많다는 것이다.
공영주차장 조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 내 빈집 혹은 공터를 주차시설로 활용하거나 비교적 이용률이 덜한 공영주차장을 안내하는 것도 거론되지만 뚜렷한 해법은 아니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월 시-구 협력회의 당시 공원 부지 지하에 부족한 공영주차장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하에 조성하는 것도 예산이 많이 들어 자치구도 고심 중이다.
일단 서구에선 주차문제가 심각한 지역을 조사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방안을 모색하기에 나섰다. 중구 역시 예산 절감을 위해 지형의 단차를 활용해 반지하 형식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에서 고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해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정바름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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