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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상황이어서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올해 말고 오래 보자',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등의 문구가 적인 플래카드가 방방곡곡에 걸리고 '웬만하면 가지도 오지도 말라'는 분위기였다. 경험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듯, 코로나 확산이 지속하는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대면 명절' 풍속에 빠르게 적응했다. 선물은 택배로, 명절 인사는 문자로 보내고 랜선 차례와 벌초 대행, 온라인 성묘 등 '슬기로운 명절 생활'을 공유하고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달랐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명절로, 오랜만에 '민족 대이동'이 이뤄진 것.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는 귀성·귀경 행렬로 몸살을 앓았고, 공항과 관광지도 여행족들로 연휴 내내 붐볐다.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수만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진 것이다.
돌아온 대면 명절이 주부들에게는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차례상 준비와 더불어 가족·친척 등 손님맞이로 하루 종일 '부치고 차리고 치우는' 노동의 굴레도 함께 돌아왔기 때문이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부터다. 신라의 '가윗날 축제'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가윗날 축제는 백중일인 음력 7월 15일부터 가윗날인 8월 15일까지 한 달간 부녀자를 두 파로 나누어 서로 길쌈을 한 뒤, 생산량이 더 많은 팀이 승리하고 패배한 팀이 음식을 낸 뒤 서로 어울려 놀던 축제였다. 여기에 중국의 중추절 풍습이 약간 첨가되면서 추석이란 명절이 생겨난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농번기가 끝나고 추석을 전후해 딸과 친정엄마, 사돈 여성, 동향의 여성들이 소풍을 가듯이 경치 좋은 곳에 모여 각자 싸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유희를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이렇듯 과거 추석은 한마디로 여성들에게는 즐거운 축젯날과도 같았다. 반면 지금의 여성들에게 추석은 노동절과도 같다.
여성들의 과도한 가사일과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 거부감'·'명절증후군' 등이 사라지려면 차례상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과 과일을 올리는 차례상은 100여 년 전만 해도 없었다. 차례는 원래 절에 모신 부처에게 '차(茶)'를 바치는 불교 예식에서 기원하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차와 함께 약간의 과일과 떡을 올리는 수준이었고, 조선 후기에 와서는 사당에 국수와 떡 등을 간소하게 차리고 술 한잔 올리는 게 전부였다. 지금의 상차림은 해방 이후 제례의식에 허례허식이 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얼마 전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 간소화된 '차례상 표준안'을 내놨다. 이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때마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 간에 정을 쌓는다'라는 명분 아래 경제적인 부담과 더불어 남녀갈등·세대갈등이 반복되는 '역기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고향 방문을 위해 민족대이동을 하고, 비싼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한 상 가득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는 '명절 강박'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명절을 몇 차례 보내면서 명절풍습에 변화 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이번 대면 추석을 돌아보면 여전히 부족할 뿐이다. 성균관에서 제시한 차례상 표준안은 추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발표돼 큰 반향은 없었지만 '차례상 다이어트'는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8월 15일'은 음력으로는 한가위, 양력으로는 광복절이다. 다음 명절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스트레스 해방의 날'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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