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식 전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
일반적으로 오라토리오나 칸타타를 오페라 형식으로 바꿔 공연하는 경우는 자주 있으나 오페라를 연주회형식으로 공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 드문 기회를 이번 대전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오페라 '마탄의 사수(Der Freischtz)'는 독일 낭만파 오페라의 창시자 베버(Carl Maria von Weber)의 7번째 오페라로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으며 후대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악마와 거래한 젊은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원작과 달리 해피엔딩 결말을 맺고 있다. 이 오페라의 용서와 화합의 메시지는 작금의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8월 30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새로운 형식의 연주회가 시작을 알리며 대전시립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입장한다. 이내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지휘자가 등장할 때 박수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모두 입장할 때까지 계속 박수를 보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러한 박수 세레모니가 시립합창단 연주 때마다 반복되는 것은 대전시민들의 합창단에 대한 깊은 애정의 발로가 아닐는지.
이윽고 서곡이 시작되면서 빈프리트 톨 지휘자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이 연주회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서곡이 흐르는 가운데 호른 주자들이 연주하는 '내주여 뜻대로'의 찬송가 선율은 우리에게 경건한 감동을 준다. 또한 오페라 3막에서 우리 귀에 익은 '사냥꾼의 합창'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인해 행복한 감정에 빠져든다.
이번 오페라 콘체르탄테가 성공적이고 수준 높은 공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연주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빈프리트 톨 지휘자의 탁월한 통솔력과 합창단의 뛰어난 연주력, 오케스트라의 세련된 앙상블, 제한적 공간을 극복한 연출력, 위트 있는 해설자의 역할, 그리고 주요 배역을 맡았던 연주자들의 돋보이는 연기력과 연주 기량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사실 독일 오페라는 징슈필(Singspiel)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원어로 공연할 때 어려운 점이 가사의 발음이다. 징슈필은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대사를 노래형식에 의존하지 않고 대화형식으로 진행해야 하므로 원어민이 아니고서는 발음의 문제를 극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발음문제도 훌륭히 소화해낸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전시립합창단이 기획하는 다음 연주회가 기다려진다. 그것은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줬던 합창단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도전에 대한 결과물을 설렘으로 기다리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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