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린아 변호사 |
그런데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싸웠고 A 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막내딸과 사이에 갈등이 커져 막내딸로부터 버림을 받기에 이른 것이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자식이 어찌 낳아준 부모를 버릴 수가 있냐"는 탄식부터 "나는 절대로 죽을 때까지 재산을 나눠주지 않겠다"는 다짐, "너무 일부 자녀에게 치우치게 재산을 나눠준 노모가 잘못이다"라는 평가까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녀들로부터 버림받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는 위 방송 사례처럼 상당한 재산을 가졌었음에도 자녀에게 재산을 모두 나눠준 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성년의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만, 단순히 도덕의 문제만은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처럼 우리 민법과 형법에서는 성년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민법에 따르면 부모와 성년의 자녀 사이에는 상호 부양의무가 있다. 한쪽이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부양의 의무가 발생한다. 이러한 부양의무는 2차적 부양의무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부양의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고려해 기존의 생활수준을 희생하지 않고 여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만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이는 부부간, 부모의 미성년자녀에 대한 부양처럼 부양능력이 부족해도 부족한 범위 내에서 부양(콩 한 쪽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관계)을 해야 하는 1차적 부양의무와 다르다.
따라서 성년의 자녀가 자신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낳아주신 부모라 하더라도 부양의무 이행을 구할 수 없다. 그러나 자녀가 충분한 경제적 자력을 갖춘 경우라면 부모는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하는 등 부양의무 이행을 구할 수 있다.
형법상으로도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에 대해 보호할 의무를 인정해 직계존속을 유기한 경우에는 존속유기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한다. 신분관계를 고려해 일반 유기죄보다 가중해 처벌한다. 다만, 형법상의 보호의무는 모든 상황에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노유(늙거나 어린 것),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경우 즉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다. 경제적 궁핍으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데 외면했다고 해서 존속유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형법상 존속유기죄는 고의가 있어야 인정되므로 수년간 연락이 두절돼 부모가 부조를 요하는 상태였는지도 알지 못했다면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위 방송 사례와 같은 경우라면 막내딸이 80대의 노모와 함께 거주하던 아파트의 비밀번호를 바꿔버리고 노모를 들어가지 못하게 해 생존에 필요한 주거 환경을 의도적으로 박탈했다는 점에서 존속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막내딸은 노모가 사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부양능력이 있다고 보이므로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도 있다.
'현대판 고려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재산을 전혀 물려주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상속세 절세 등을 위해 생전에 증여를 한다면 "부모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부양료로 월 얼마를 지급한다. 부담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증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등의 구체적 조건을 서면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불효하고 나 몰라라 해도 이러한 조건을 붙여 증여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소 정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내 아들, 내 딸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더라도 유비무환인 법이다.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형사법·가사법 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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