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인쇄거리 일대. 사진=이유나기자. |
이장우 시장 백서에 '대전인쇄출판산업단지(인쇄산단)'가 핵심사업으로 들어가며 인쇄인들의 한이 해소될 기미가 보인다. 시정 백서에 따르면, '대전인쇄출판산업 발전협의회' 구성, '대전인쇄출판산업 활성화 조례'(가칭) 제정, '대전인쇄출판산업화 기본계획' 수립이 향후 계획이며 산업단지 내 업체 입주와 스타트업 발굴, 성장과 교육을 지원해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대전시에서 구상하고 있는 인쇄산단은 5만 평으로 인쇄조합이 요구한 10만 평보단 적지만 인쇄업계는 대전시의 움직임에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구자빈 인쇄출판산업단지추진조합장은 "원래 10만 평, 최소 5만 평을 요구했지만 요즘 땅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수요조사와 정책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용역을 준비하고 내년 본 예산에 반영하려고 한다"며 "대전 인쇄업체가 900개, 출판업체가 1700개라서 인쇄조합의 의견만을 수용할 순 없다"고 답했다.
대전 인쇄거리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인쇄인들이 염원하던 인쇄산단이 15년 만에 구체화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현재 세종시 국가 기관에선 기존에 거래하던 서울에 기반을 둔 인쇄업체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인쇄산단이 마련된 대구도, 대구로 이전한 공공기관 물량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기에 대전은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장우 시장은 2019년 국회의원 시절, 중앙관서가 일정 비율 이상을 소재하는 지역 업체의 제품을 우선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담은 '국가를 당사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는 지역업체가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혁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정치인들이 표를 받기 위해 지역에 할당량을 주는 선심성 공약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역업체가 서울권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며 지자체도 이런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대전 인쇄소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방태원 중부대 인쇄학과 교수도 "지방과 서울인쇄업체는 품질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면서도 "지역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을 지자체에서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인쇄업에 진출하고 오프라인·온라인 쌍방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 인쇄업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고 있다"며 "서울 중구청에선 1~2억 정도를 인쇄업체에 저리로 2년 동안 거치 상환 지원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인쇄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성공한 기업 모방, 상생 협업이 필요하며 ESG 경영과 RE100을 위한 연구개발은 필수"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대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업체와 계약하고 공기업에서도 폐수가 안 나오는 인쇄 공정이 실용화되고 있다"며 "콩기름은 기본이고 종이 스프링, 코팅을 줄이며 텐션 들리는 법 등 작은 연구로도 실용신안도 낼 수 있으며 연구 금액이 비싸더라도 환경공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인쇄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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