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대전 중구 태평동에서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을 전한 중도일보 기사. 경찰과 검찰은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이승만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
2003년 1월 22일 오전 9시께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 빌딩에 주차된 현금수송차량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현금수송 직원들이 5억3000만원을 싣고 밀로나21 빌딩에 도착해 그곳에 설치된 현금지급기 3대에 6000만원을 보충하려고 수송차를 주차한 30분 사이 사라진 것이다. 현금 4억7000만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는 4시간 뒤 폐업한 대흥동 여관 주차장에서 발견됐으나 절도범과 현금은 사라진 뒤였다.
2001년 12월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강도살인을 벌인 혐의로 21년만에 검거된 이승만(52)이 2일 대전지방검찰청에 이송되기 직전 2003년 1월 현금수송차 도난 사건을 자신이 벌였다고 자백했다.
그는 범행 과정에 대해 "은행 직원이 허리에 찬 열쇠를 눈여겨보고 열쇠를 미리 깎아뒀는데, 사건 당일 복제한 열쇠로 본능적으로 차를 훔쳐 달아났다"고 대전경찰에 설명이다. 그는 같은 해 9월 중구 태평동에서 발생한 현금 7억원 현금수송차량 도난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그의 범행 수법과 2003년 9월 사건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게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다. 2003년 9월 26일 오전 8시 22분께 중구 태평동 하나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7억500만원을 실은 현금수송차가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7분만에 도난당했다. 이번에도 사건 현장에서 500m 떨어진 유천동 모텔 주차장에서 도난 수송차량이 발견됐고, 현금 7억500만원은 없었다.
이승만이 자백한 2003년 1월 사건에서도 열쇠를 복제한 탓인지 현금수송차에 시동을 강제로 켜거나 문을 열려고 파손한 흔적이 없었는데, 그가 자백하지 않은 9월 도난 현금수송차에서도 파손하지 않고 차를 움직이고 금고를 열었다.
2002년 5월에는 경부고속도로 천안휴게소 주차장에서 현금수송차 유리창이 깨지고 안에 있던 현금 1억1000만원을 도난당한 미제사건도 있다.
2001년 10월 걸어서 순찰 중이던 경찰을 고의로 충격해 권총을 빼앗은 사건에서도 이승만은 사건 현장에서 1㎞ 떨어진 곳에 범행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으며, 2001년 12월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에서도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범행 차량을 버리고 다른 차를 갈아타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했다.
이들 현금수송차량 도난 사건은 공소시효가 2008년 만료됐으나, 경찰과 검찰은 끝까지 진실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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