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아 소장 |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 유흥과 관련하여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근대적인 특별한 법 조항이다. 그것은 식품위생법의 유흥접객원 조항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를 보면 '유흥종사자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술을 따르고 흥을 돋우는 역할을 부녀자로만 한정하여 유흥주점에 직업으로 일 할 수 있게 법이 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흥접객원을 두는 법이 존재하고 남성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단란주점, 노래방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으로 여성들을 공급하는 '보도방' 영업 행태가 거대한 규모로 존재하고 있다.
8월 30일자 포털에는 '알바생에게 아가씨라 불렀다가 욕먹어...누리꾼 갑론을박'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메인에 올라있었다. 아가씨는 원래 젊은 여성을 존칭하는 표현인데 불쾌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유흥업에서 접객이나 성매매와 유사한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 도우미나 아가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유흥업 전반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이렇게도 부정적인데 유흥업소의 규모를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2021년 7월 기준 공공데이터 포털에 있는 필수업소 수 비교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유흥주점은 26,897개 업소였다. 이는 중국음식점(24,179개)이나 치킨집(16,664개)보다도 많아 우리 주변 곳곳에 생각보다 많은 유흥주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흥주점 허가를 받지 않고 여성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알선하는 업체 규모를 감안하면 여성의 접객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는 영업 규모는 훨씬 거대하다.
대전에서는 최근 충격적인 최근 사건이 보도되었다. 대전 지역 유흥가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조직폭력배가 청소년을 노래방 도우미로 고용해 수억 원을 챙겼다는 사실이다. 대전은 가출한 청소년들이 많이 모여드는 대표적 도시이다. 이미 2016년에도 가출한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래방 도우미를 모집하여 보호비와 소개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조직폭력배 일당이 검거된 사건이 발생했었는데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수익을 얻기 위해 궁박한 처지의 미성년자에게 까지 마수를 뻗친 알선자뿐만 아니라 남성 구매자들의 존재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가난하고 어리고 취약한 사람들을 '팔리는 위치'에 놓이게 함으로써 착취와 폭력, 안전문제까지 직결된 퇴폐적이고 성차별적인 유흥문화를 시급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도우미'와 '유흥접객원'과 '아가씨'를 찾는 유흥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여성이 남성들에게 술을 따르고, 흥을 돋우고, 성적서비스를 담당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이 유지되는 한, 수요가 있으니 여성을 공급하는 불법행위들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여성이 '접객'을 담당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문화와 노동현장도 안전할 수 없다. 우선은 식품위생법상의 유흥접객원 규정을 삭제하자. 그리고 내 술은 내가 따르고 내 흥도 스스로 돋우며 건강하게 노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내 주변부터 두루 살피자./손정아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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