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에너지자원 탐사는 근원암 탐사로부터 시작된다. 근원암은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자원을 생성하는 유기물이 다량 함유된 퇴적암으로 진흙 등의 세립질 퇴적물이 퇴적돼 형성된 이암 또는 셰일이 주요 근원암이다. 따라서 스발바르의 에너지자원 잠재성 평가를 위해서는 스발바르의 지층별 근원암 시료 확보가 우선이다. 그러나 롱이어비엔, 바렌츠부르크, 피라미덴 등 스발바르 주요 정착촌에만 도로가 일부 나 있을 뿐 그 외에는 이동 및 접근 가능한 도로가 없다.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현상으로 피오르드가 얼어붙는 한겨울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소형보트로 탐사를 해야 한다.
근원암 탐사팀은 롱이어비엔 선착장에 정박돼 있는 소형보트에 올라 이스피오르드의 끝 피라미덴으로 향했다. 이전 탐사에는 총기훈련을 받고 장전된 총을 직접 지니고 다녔으나 이번 탐사는 총기를 휴대한 안전요원이 동행해 한결 마음이 놓인다. 피라미덴은 구소련 시절부터 석탄 채광을 위해 천여 명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살던 스발바르 최대 정착촌 중 하나였으나 1998년 석탄이 고갈되면서 지금은 갈매기와 소수의 관광객만이 찾는 유령마을이 됐다. 보트는 피라미덴을 지나 이스피오르드에 몇 안 남은 조수빙하 지대로 무너져 내린 빙하 파편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수년간의 도전 끝에 빙하가 녹아내린 틈 사이에서 스발바르의 마지막 근원암 퍼즐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온난화로 변화가 심하다고 해도 북극은 북극이다. 미리 준비해 간 샌드위치로 점심 끼니를 때우고 한숨 돌리고 있는 사이, 피오르드 주변에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자 서둘러 탐사를 끝내고 롱이어비엔으로 향했다. 유령마을이 된 피라미덴을 지나는 길에 불청객인 거센 파도와 바람을 만나 북극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보트 안으로 들이치기 시작했다. 스발바르의 평균 수온은 약 3℃로 만약 전복사고 발생 시 저체온증으로 15분이면 의식을 잃고 1시간 내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러다 큰일 날 듯싶어 보트를 해안으로 최대한 붙여 파도와 바람을 가까스로 피해 롱이어비엔에 도착했다. 온몸은 파도로 흠뻑 젖었고 휴대전화도 고장 났으나 다행히 확보한 근원암 시료는 무사하다.
근원암 평가는 열분석을 통하여 석유가스를 생성시킬 수 있는 총유기탄소햠량(TOC)과 열성숙도(Tmax)로 평가하는데 보통 TOC가 1% 이상이면 근원암으로 양호하며 열성숙도가 430~470℃에 이르면 지질시대동안 석유가스가 생성되었음을 지시한다. 스발바르 근원암의 총유기탄소함량과 열성숙도는 각각 1.62%와 435~450℃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에너지자원 부존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올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에 휘청거리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필요하나 석유가스와 같은 전통 에너지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지구자원의 마지막 보고인 북극권 자원탐사 및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북위 78도, 세상 끝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강무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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