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지역 문화계에도 선선한 예술 향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재유행과 불볕더위, 폭우 등으로 몸살을 앓던 여름을 보내고 문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는 손놀림으로 분주하다. 먼저, 무용으로 대변되는 '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무들의 향연을 통해 태평무와 처용무, 살풀이춤, 진주교방굿거리춤까지 춤꾼들의 진정한 몸짓을 감상할 무대를 소개한다. 두 번째 문학으로 대변되는 '책(冊)'은 36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과 생활에서 겪는 서정적이고 서사적 감흥을 한 권으로 엮은 산문집을 들춰본다. 세 번째 연극으로 대변되는 '극(劇)'은 인간의 내면에 담긴 비극적 모순을 다룬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재구성한 지역 극단의 무대를 들여다본다. 마지막 네 번째 클래식으로 대변되는 '악(樂)'은 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수차례 피아노 연주가 취소되면서 4년 만에 선보이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의 피아노 리더 챔버시리즈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사진 왼쪽부터 홍지영 안무장과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정기공연 '화광동진'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 모습. <출처=대전시립연정국악단 후원회> |
"현대의 춤꾼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코로나 같은 역병이 창궐하는 어려운 시기에 관객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여유와 위로를 드립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무들의 전통춤 향연이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무대를 달군다.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은 제183회 정기공연 '한국무용의 밤'을 9월 22일 오후 7시 30분 국악원 큰마당에서 펼친다.
'화광동진(和光同塵)-춤으로 함께하는 빛'이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한국 전통춤의 명맥을 잇는 명불허전 명무들이 한자리에 모여 품격 있고 뜻 깊은 무대를 꾸민다.
화광동진은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는 뜻으로 자신의 뛰어난 지덕을 드러내지 않고, 세속의 따름을 일컫는 의미의 노자의 도덕경에서 비롯됐다.
태평무 예능보유자(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박재희 선생을 비롯해 이진호 처용무 이수자(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전승교육사), 김경란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에 이어, 도살풀이춤보존회장 이정희(경기도 무형문화재 제64호 경기도당굿시나위춤 보유자) 선생 등 궁중무용부터 민속무용까지 총망라한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홍지영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안무장은 최근 문화예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광동진의 최종 결론은 '소통'이라며 "명무들의 큰 빛을 현시대의 춤꾼들이 잘 받아들여야 한다"며 연출로서의 소외를 밝혔다.
한양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홍지영 안무자는 제11회 법성포 전국국악경연대회 종합대상(국무총리상), 제40회 부산 동래전통예술경연대회 종합대상(대통령상), 제18회 전국무용제 은상 및 개인연기상(작품 가시리)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한국무용예술학회 이사, (사)벽파춤연구회 회장, (사)아악일무보존회 이사, (사)정재연구회 이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 안무자는 "춤 들이 담고 있는 내재적 의미로 국가적 혼란이나 역병들을 극복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공통점에서 이번 공연이 현시대 상황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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