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고 수비형 미드필더 이채연(18)의 꿈은 여자축구리그 보은 상무에 입단해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채연은 내년 대덕대 입학 예정이다. 금상진 기자 |
"축구보다는 뛰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한빛고 수비형 미드필더 이채연(18)은 팀에서 악바리로 불린다. 축구로 산전수전 다 겪은 강일주 감독이 '독종'이라 불릴 정도로 근성이 좋은 선수다. 운동복이 아니라면 평범한 여고생으로 보이지만, 운동장에서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 '아마조네스'을 연상시킨다.
이채연은 중학교 1학년 때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당시 체육부장의 권유로 축구부에 들어갔다. 여자축구 선수들이 대부분 초등학교때 축구를 시작하는 것에 비해 비교적 늦은 편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늦은 만큼 한발 더 뛰고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채연의 원래 포지션은 사이드백(측면 수비수)이었으나 8월 8일 열린 제21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 고등부 결승전을 앞두고 강 감독은 포지션을 변경시켰다. 전방 압박이 좋은 울산 현대고에 대한 맞춤형 전술이었다. 이채연은 "경기 당일 감독님께서 포지션 변경을 지시하셔서 당황하긴 했지만, 평소 연습에서 자주 맡았던 포지션이라 힘들지는 않았다"며 "생각보다 게임이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지금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만난 현대고는 예상대로 전반부터 한빛고를 압박했다. 이채연은 현대고 선수들의 공격 루트를 지키고 있다가 헤더로 공중볼을 잡아냈다. 공격에도 가담해 현대고의 문전을 압박했다. 이채연의 활약으로 현대고는 경기 내내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잡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 감독은 "(이)채연이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악바리 근성이 있는 선수"라며 "다리에서 쥐가 나도 조금 쉬었다 다시 들어갈 정도로 승부에 대한 의지가 강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나이가 어리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 선수로 꾸준히 성장하고 자기 관리만 잘 해준다면 국가대표 지소연이나 조소현 같은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연의 롤모델은 스패인리그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마르셀루(수비수)다. 수비 기술이 좋고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선수로 이채연의 플레이 스타일과 많이 닮았다. 이채연은 "드리블과 볼을 차는 센스가 좋은 선수로 힘이 좋은 남자 선수지만 꼭 닮고 싶은 롤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채연의 최종 목표는 여자축구리그 국군체육부대 소속 보은 상무에 입단하는 것이다. 현역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 중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이채연은 "내년에 대덕대 입학 예정이다. 대학 무대에서 꾸준히 리그에 참여하며 주전으로 뛰고 싶다"며 "이후 여자축구리그 보은 상무에 입단해 군인 신분으로 축구를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위해 뛰는 것이 축구 인생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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