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 강도살인] 두 피의자 살인혐의 부인… '총은 누가 쐈나'

대전경찰 이승만·이정학 수사 중간결과 발표
이정학 절도와 총기탈취 인정하나 살인은 부인
이승만 혐의 일체 부인하며 진술 거부중
공소시효 배제된 살인혐의만 처벌가능 한계

대전경찰청이 3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피의자 검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유력한 피의자들이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혐의만 부분적으로 자백하고 있다. 살인 혐의만 벗으면 법정에서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21년이 지나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아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일 대전경찰청이 2001년 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52)과 이정학(51)을 구속 수사한 결과브리핑을 보면 사실상 두 피의자가 살인 혐의에 대해 부정하는 것으로 간추려진다. 21년 전 범행 차량 손수건에 유전자(DNA)정보를 남겨 가장 먼저 검거된 이정학은 자신이 권총 강도살인사건의 공범임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권총을 사용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이정학은 자신이 승용차를 훔쳐 은행 강도사건에서 운전했고, 앞서 2001년 1월 순찰 중인 경찰에 차량을 돌진시켜 총기를 빼앗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은행 강도살인 사건 당시 권총을 발사한 것은 이승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현장서 빼앗은 현금 3억원 중에서 2억1000만원은 이승만이 가져가고 자신은 9000만원을 가졌으나, 집에 보관하던 중 분실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승만이 범행에 사용한 총을 바다에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구체적 장소를 특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대전 경찰과 총기 탈취사건과 은행 강도 살인사건 피의자로 신상이 공개된 이승만(왼쪽)과 이정학.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또 다른 피의자 이승만은 은행 권총 강도살인사건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앞서 체포된 이정학이 공범이면서 권총을 사용한 당사자라고 지목하면서 지난 25일 긴급체포됐으나, 이승만은 현재까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둘은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대전에서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하며 날치기 등을 벌이다가 경찰의 권총을 빼앗는 단계를 넘어 은행 강도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날치기'를 하려 동태를 살피던 중 CCTV 없는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을 수송하는 것을 목격하고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 피의자 이정학의 진술이다.

경찰은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피의자들을 강도살인 혐의로 법정에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피의자 중 한 명은 범행 일체를 부인한 채 진술을 거부하는 중이고, 적극적으로 자백하는 피의자는 권총의 살인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 발생 21년째에 접어들어 공소시효 적용에서 배제된 살인혐의만 처벌할 수 있다는 한계를 피의자들이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도 2022년 3월 유전자(DNA)정보를 통해 피의자 이정학을 특정하고도 8월 검거 때까지 막판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이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당시 CCTV가 보급되지 않아 영상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확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강도살인을 증명할 수단을 고민한 것이다.

다만, 사건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내용이 증거자료로 남아 있고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검출된 유전자(DNA)정보, 당시 제작된 몽타주가 지금 피의자와 일치하는 점 그리고 범행 수범이 일치하는 점에서 공소유지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 두 명 중에서 한 명만 진술하고 있어 전문 프로파일러를 통해 조사하고 있다"라며 "과거 수사 때도 용의자를 3명으로 추적한 적 있어 지금도 용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